1990년대에 이어 21세기의 미술계 화두도 '몸' 이 될 것인가. 봄 화랑가에는 신체를 다룬 사진전과 회화전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21세기의 몸은 90년대와는 확실히 달리 조명되고 있다. 90년대에 그로테스크하고, 예외적이며 심지어 일탈적이었던 몸은 이제 차분하고 아름답고 일상적인 신체로 다루어지고 있다.
17일부터 5월 12일까지 서울 청담동 카이스 갤러리(02-511-0668)에서 15번째 개인전을 갖는 사진작가 민병헌씨.
10여년 넘게 풍경사진만을 고집해온 그가 처음으로 인간의 몸에 시선을 돌렸다는 사실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신작 '바디(Body)' 연작은 누드사진이다.
전신누드에서 시작, 인체의 비밀스런 부분으로 밀착해가는 카메라의 눈은 민병헌의 서정적 미감을 통해 안개에 묻힌 풍경사진 같은 몸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인체의 어느 부분인지 꼼꼼히 들여다봐도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추상적으로 처리된 누드사진에는 희미함이 오히려 더 촉각적이며, 강력한 성적 메시지일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1970년대 후반부터 '몸' 이라는 주제를 뚝심있게 지켜온 정복수씨. 관훈동 갤러리 사비나(02-736-4371)에서 22일까지 열리고 있는 '정복수-몸의 공부' 전은 그의 몸이 점점 완숙한 경지로 접어들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숨쉬고, 먹고, 자고, 배설하는 인간의 본능적 행위들을 표현하는 것은 예나 다름없지만, 인체는 훨씬 편안한 모습으로 변했다. 더 이상 그로테스크하지도, 복잡하지도 않다.
평창동 토탈미술관(02-379-3994)에서 28일까지 열리고 있는 사진기획전 '삶의 시간, 시간의 얼굴' 은 젊은 작가들이 바라본 시간과 신체와의 상관관계이다.
최은화 이강우 이선민 조용준 김옥선 이경수 김현필 최광호 등 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관객들은 유년층에서 청년ㆍ중년ㆍ노년층, 그리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따라가며 시간에 따라, 사회공간에 따라, 우리 몸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볼 수 있다.
기획자인 최봉림 홍익대 겸임교수는 "예외적 존재, 초월적 삶, 일탈의 시간만을 예술의 본령이라 믿는 경향에 저항한다" 면서 "예술은 이제 일상적 삶의 탐구여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