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소극적인 안락사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28일 열리는 총회에서 회복 불가능환자에 한해 본인과 가족의 치료 중단요구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의사 윤리지침을 제정키로 한 것이다.이는 약물 투입 같은 방법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적극적인 안락사와는 구별되지만 인위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끊게 한다는 점에서 윤리성 논란의 소지가 있다.
결론부터 말해 우리는 이 문제가 의료인 윤리지침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며, 사회적인 논의 과정 없이 서두를 일이 아니라고 본다. 지난 10일 네덜란드 의회가 세계 최초로 안락사 허용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계기로 지금 세계 각국에서 이 문제에 관한 논의가 달아 오르고 있다.
안락사를 묵인하고 있는 벨기에와 대만 같은 나라는 네덜란드와 같은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다수 국가에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 쉽사리 결론이 날 것 같지 않다.
"네덜란드 의사들을 사형 집행인으로 만드는 조치"라는 교황청 기관지의 사설이 말해주듯 특히 종교계의 반발이 거세다.
소극적인 안락사란 자연적으로 진행되는 질병의 경과를 두고 보면서 고통을 감소시키는 약 정도만 투여하는 행위와 아무런 도움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나뉘어 진다.
적극적인 안락사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인공호흡기에 목숨을 의존하고 있는 환자에게서 호흡기를 제거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도 실정법상 살인에 해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안락사 허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소생가망이 없는 환자나 그 가족으로부터 치료중단이나 퇴원요구를 받고 갈등을 겪는 의사가 많으며, 말기 암 같은 불치병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안락사 뿐이라고 말한다.
환자에게는 존엄스럽게 죽을 권리가 있으며, 고통 받는 가족의 의사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옳다.
그러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해도 인간의 생명에 대한 결정은 신의 영역이므로 그것을 공식화, 제도화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생명경시 풍조의 만연이다. 경제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남용될 소지가 있는데다, 장기매매 같은 상업성이 끼어들 소지도 있다.
소생 불가능 판단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문제도 생긴다. 이 문제는 의사들만의 논의 지침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 법과 제도에 관한 사항이다.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범국민적인 논의절차를 거쳐 신중히 결정할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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