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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치와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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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치와 골프

입력
2001.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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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서울 근교 골프장에서 '골프 정치'가 이뤄지는 모습을 본다. 지난 주말에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한국신당 김용환 의원, 무소속 강창희 의원과 골프를 쳤고, 권노갑씨도 여당 중진 의원들과 골프회동을 가졌다. 저간의 사정을 유추하건대, 이것도 나름의 골프 정치다.■정치권에선 공동 여당인 자민련을 '골프당'이라고 부른다.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그럴 싸 하다. 실제로 당의 오너인 JP 부터 골프를 무척 좋아한다. 골프정치를 유행시킨 사람도 다름아닌 JP 였다.

자민련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골프를 잘 친다. 며칠 전 원내총무가 엄숙한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골프 스윙요령에 관한 메모를 보는 게 카메라에 잡혔는데, 그 정도면 알 조다. 요새는 동교동 사람들도 골프채를 잡는다.

사실은 골프와 영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동교동 사람들이었다.

■골프정치가 왜 가능한가. 아마도 골프가 갖는 이점 때문일 듯 하다. 잔디 위를 4~5시간 정도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공을 치다 보면 자연스레 가까워진다. 게다가 운동을 끝내고 발가벗고 목욕도 함께 하니 서로 흉허물도 없어지게 된다.

특별한 이유가 또 있다. 골프를 치는 동안만은 도청이나 감청 당할 염려 없이 마음 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다. 탁 트인 야외에서 계속 움직이며 대화를 나누니까 제아무리 특수장비가 있다 하더라도 얘기를 엿들을 수는 없다. 대화내용이 철통보안이 되는 셈이다.

■정치인들은 대체로 골프를 좋아한다. 그러나 DJ는 몸이 불편해서 안 하고, 한때 중단했다가 뒤늦게 재개한 YS는 중도에 다시 그만 두었다.

YS는 6공 때 3당 합당직후에 서울근교 골프장에서 드라이버를 휘두르다 넘어지면서 멋쩍게 웃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진짜 여러 사람을 웃게 한 적이 있다. 그래선지 YS 정권 때 공직자들은 한동안 골프를 치지 못했다.

공직자들은 지금도 골프장에서 이것저것 눈치를 본다. 실제 주말 골프장을 출입한 사람들의 명단이 경찰정보망을 통해 사정기관 등에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사찰 풍토는 이제 없어질 때도 됐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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