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부터 사랑했습네다." 한국 가수로는 처음 북한에서 단독콘서트를 갖고 12일 일본으로 돌아온 가수 김연자씨는 2시간여에 걸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이 이렇게 시작됐다고 소개했다.13일 일본 마이니치(每日) 신문에 따르면 김씨는 방북 6일째인 11일 새벽 행선지도 모른채 특별열차를 타야 했다. 도착한 뒤에야 김 위원장이 군부대 현지지도차 머무르고 있는 함흥임을 알았다.
초대소에서 김씨를 만난 김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왔을 때 수행한 장관에게 당신을 데려 오라고 부탁했다"면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꼭 일본말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꼬박 1시간반 동안의 열창을 들은 뒤 김위원장은 흡족한 표정으로 만찬회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포도주로 홍조를 띤 얼굴로 "81년에 발표된 '노래의 꽃다발'이 너무 좋았다"면서 "여러 사람의 장점을 흡수한 당신에겐 패티김과 이미자, 미소라 (美空) 히바리의 장점이 모두 들어 있다"고 연신 김씨를 칭찬했다.
대중음악에 대한 식견도 과시했다. "앞으로는 어쿠스틱 사운드로 돌아가야 한다. 일렉트릭 사운드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망쳤다. 남쪽에는 대중가요가 살아있지만 최근의 가수는 엉망이다. 무엇을 노래하고 있는지 가사를 알아 들을 수가 없다."
하지만 "관광객을 불러 들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병이 들어 오고 자연이 파괴된다. 관광에 힘을 쏟는 나라는 모두 퇴폐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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