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정부 규제개혁위원회가 논란 끝에 신문고시의 7월 시행을 의결, 고시가 폐지된 지 2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규개위는 공정거래위원회 안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신문협회 등의 의견을 반영, 민간자율 원칙을 명시화하고 일부 조항을 원안보다 상당 폭 완화했다.이번 신문고시 부활로 무가지 배포비율 등 현안 사항에 대해 명백한 법적 규제 기준이 마련된 만큼 자율규제 및 감시 수단으로서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권영준 사무차장은 "신문업계의 과당경쟁, 특히 자금력이 풍부한 일부 언론사의 무분별한 영업행태는 상당히 시정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신문의 품질이 시장 경쟁력의 주요변수로 정착될 경우 장기적으로 신문시장의 정상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시가 본격 시행되더라도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신문고시가 원론적으로 공정거래법상의 불공정행위를 규체화한 것에 불과한 데다, 확정안에 '신문협회의 자율규제' 원칙이 반영되고, 사주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자금 자산 인력 지원 금지유형을 규정한 조항(11조)이 삭제되는 등 원안에서 상당히 완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본격 시행까지 남은 3개월간의 ' 단속 유예' 기간에 무가지 허용 기준인 유가부수를 늘리기 위한 신문업계의 살벌한 경쟁이 예상돼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문고시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신문사별 유가 부수가 투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기준으로 무가지 허용한도를 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또 유가부수를 근거로 신문판촉의 핵심 수단인 무가지를 허용하는 것은 기존 시장구도를 고착화하거나 불균형을 심화하는 것이어서 또 다른 불공정 경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주동황 교수는 "고시 제정 이전에 발행ㆍ유가부수가 투명하게 파악될 수 있는 자율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무가지 배포기준 등 추가 손질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정위의 시장개선 의지일 것이다. 주 교수는 "고시 시행과정에는 더욱 집요한 저항과 마찰이 예상된다"며 "공정위가 정치상황 등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지킬 수 있을 지가 신문고시 성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신문고시 의결 안팎
신문고시의 부활을 결정한 정부 규제개혁위 전체회의는 4시간30분 동안 한차례 정회를 하며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절묘한 절충안을 이끌어 냈다.
○.규개위는 회의 시작부터 찬반 양론간 표대결로 가는 극단적 상황을 피하기 위해 18명의 참석자 전원에게 일일이 발언권을 주면서 의견을 모아갔다. 이 과정에서 신문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고시의 제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측 의원들과 민간자율 규제를 강조하는 일부 민간위원들간 고성이 오가는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가장 큰 쟁점은 시행시기와 무가지 비율, 업계 자율에 맡길 것인지 여부 등 3가지.
시행 시기와 관련, 당초 5월 1일 시행이 신문업계의 준비기간을 감안해야 한다는 민간위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7월1일로 조정됐다.
두번째로 무가지 20% 비율은 경품을 포함할 경우 신문업계의 자율규제(20%)와 똑같은 비율이라는 공정위 입장이 반영된 것.
마지막으로 민간위원들은 고시가 신문협회의 자율 규제를 법적으로 돕는 장치인 만큼 일차적으로 자율규제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강력 주장, 고시안에 없던 이 조항이 새로 삽입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주의 지국 등에 대한 부당 지원행위 조항 삭제와 함께 신문고시가 사실상 허울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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