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ㆍ쟁점수정 후 8주까지 수정란을 가리키는 배아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백혈병, 당뇨 등 난치병 치료의 꿈을 품고 있다. 그래서 배아 간(幹)세포를 추출, 배양, 세포로 분화하는 연구가 생명공학계의 뜨거운 이슈다.
그러나 배아도 인간으로 존중해야 하므로 연구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반대론이 맞서고 있다. 때문에 배아연구를 법적으로 허용하느냐 마느냐는 배아의 인격적 지위와 맞물린 풀기 어려운 쟁점이다.
배아연구의 혜택을 점치는 연구자들은 영국, 일본과 같이 수정 후 14일까지 배아를 초기배아로 규정해 연구를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장기ㆍ조직으로 분화가 시작되는 14일 이전까진 생명체 아닌 세포덩어리로 볼 수 있다는 근거를 댄다. 유전자가 조작되거나 복제된 배아를 자궁에 이식시켜 개체가 탄생하는 것만 엄격히 규제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가톨릭계의 공식 입장은 수정 직후부터 완전한 인간이라는 입장이다. 즉 살아있는 사람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죽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종교ㆍ시민단체가 이 같은 맥락에서 성인의 간세포 연구를 대안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성체 간세포가 배아 간세포만큼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며 연구자들은 "두 연구를 병행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의미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배아 단계를 지난 태아 낙태에 대해서조차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배아연구를 금지하자는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윤리가치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법ㆍ제도적 문제
현재로선 배아, 정자, 난자 등을 연구하거나 인공수정을 관리ㆍ감독하는 데 대한 법적 규제가 없다. 대한의사협회의 '인공수태윤리에 관한 선언', 보건복지부의 '유전자재조합 실험지침' 등 강제력 없는 선언과 지침만 있을 뿐이다.
연구자들조차 "불임클리닉에서 남아도는 냉동배아를 갖고 누구든지, 어떤 연구도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회적 규제가 절실하다고 말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배아연구, 복제, 인공수정, 유전자 치료, 유전정보 보호 등을 총괄적으로 다룰 본격적인 생명윤리 관련법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 올린다는 예정 아래 5월까지 생명윤리자문위원회를 운영, 각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러한 법안을 추진 중이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생명공학 기술의 진보에 따라 이러한 규제를 입법화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극렬한 견해차로 논의가 본격화하지 못한 채 무산됐다.
■외국의 경우
일본은 지난해 말 '사람에 관한 복제기술 등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통과, 태반형성 개시(약 14일) 이전의 배아 연구를 허용했다. 영국은 '인간수정 및 발생법'을 개정, 배아 복제를 통한 간세포 연구를 공인했다.
미국은 인간복제는 금지하되 간세포 연구를 합법화하는 법률안을 심의했으나 논란이 심해 통과되지 않았다.
반면 생체실험의 역사를 가진 독일은 가장 강력하게 인간배아를 파괴하는 모든 연구를 금지하고 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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