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라운드에 '대전발 돌풍'이 거세게 몰아친다. 프로야구에서는 대전연고의 한화 이글스가 꼴찌후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5승2패로 삼성, 두산과 공동선두에 올라서는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프로축구에서도 약체 대전 시티즌이 2001 아디다스컵 조별리그 B조에서 4승1패로 조선두를 달리는 깜짝쇼를 연출하고 있다.
'엘니뇨현상(태평양연안의 해수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같은 시즌초반의 일시적인 반짝장세라는 시각과 상승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혼재하고 있다. 두 팀이 잘 나가는 이유와 상승세가 지속될지 여부를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한화
개막전 '투ㆍ타ㆍ수'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전문가들이 한수 아래로 접은 것이 당연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눈이 휘둥그레질 수 밖에 없다.
삼성과의 개막 2연전에서 내리 대패하자 "예상대로야"라며 입을 모은 전문가들은 이제 입을 다물어버렸다. 12일 현재 팀타율 1위(0.320)가 말해주듯 타선응집력으로 5연승.
홈런 1위(4개) 타격 3위(0.423)의 장종훈, 타격1위(0.467) 타점 1위(12개)의 김종석 등 선발 9명중 5명이 3할대 타율을 자랑한다. 송지만 이영우가 가세, '다이나마이트타선'의 위력이 되살아나고 있다.
제아무리 방망이를 잘쳐도 투수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사상누각. 노장 송진우와 기량이 일취월장한 2년생 조규수를 제외하고는 믿을만한 선발요원이 없었다.
하지만 미지수였던 이상목의 재기로 한시름 덜었다. 여기에다가 김정수 이상군 등 노장 중간계투진이 고비에서 노련미를 과시하고 있다.
감독의 역량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지휘봉을 잡은 '자율야구의 전도사' 이광환 감독이 단숨에 선수단을 장악했다. '실업자구제소'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오랜 재야생활끝에 복귀한 코칭스태프의 응집력이 대단하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 어느 팀에나 약점이 있기 마련. 백업요원 절대부족의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장기전을 벌이기에는 큰 부담이다. 주력선수의 부상이라는 돌발상황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정연석기자
■대전
전문가들은 프로축구 대전 돌풍의 원동력에 대해 무엇보다도 이태호(40) 감독의 지도력을 꼽는다.
선수들의 심리를 이용한 용병술과 전술변화가 돋보인다는 평. 이 감독은 올 시즌 5게임서 주장을 모두 바꾸며 선수단의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이관우 김은중 등 간판스타들도 훈련에 소홀하거나 부진하면 가차없이 제외시키는 등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박경규 김성근 김영근 정영훈 등 신인들이 주전대열에 올라선 것은 이 때문이다.
또 홈과 어웨이 경기에서 각각 4_3_3과 3_5_2 시스템을 번갈아 사용하는 등 변칙적인 전술과 두 경기 연속 골든골을 뽑아낸 교체멤버 박경규의 투입 등으로 이 감독은 용병술과 전술변화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 비해 특별한 전력 증강요인이 없는 대전의 돌풍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대전은 지난해에도 시즌초반 반짝선두에 나선 일이 있으나 결국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올 해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선 구단이 선수 수준별로 150만원에서 250만원을 지급하는 출전승리급 제도를 도입, 동기를 부여했고 지금처럼 신인들의 성장세가 계속될 경우 선수부족으로 추락한 지난해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선수단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된 것도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다. 다른 구단들에게 '승점쌓기'의 희생양이었던 대전의 변화는 분명 프로축구에 재미를 불어넣어주는 새 활력소가 되고 있다.
/유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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