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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한국 영화 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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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한국 영화 세편

입력
2001.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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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정말 자유로울까부산에서 활동하는 전수일 감독(경성대 영화과 교수)은 1997년 독립영화 '내 안에 우는 바람'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그리고 지난해에는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로 베니스영화제 '새로운 분야'에 진출했다.

그의 영화의 화두는 현대인의 내면 성찰이다. 느린 화면, 기교를 부리지 않은 화면, 아마추어들의 연기로 삶과 현실을 철학적으로 반추한다.

'새는.'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교수로 학생들에게 영하를 가르치고, 감독으로 작품을 만들면서 살아가는 김 교수가 절감하는 현실과 영화의 괴리, 허무주의와 이기주의.

그것들을 토막토막 난 일상과 관조적 시선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김 교수는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자유의 상징으로 새가 되고 싶지만, 새조차 자기가 그린 지도(폐곡선)를 따라 움직이는 갇힌 존재일 뿐이다. 감독도 관객도 영화에서 '출구없는 세상' 만을 확인할 뿐이다.

김 교수 역을 맡은 설경구가 영화적 장치나 도움 없이 단순한 일상을 통해 다양한 심리를 표현해 냈다. 역시 대단한 배우다.

MOB 2025

■인터넷 블록버스터 표방

인터넷 영화는 제약이 많다. 스케일 큰 화면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데다, 어두운 색조도 쓰기 어렵다. 컴퓨터 시청 환경은 극장에서의 '압도적'환경에 비해 여러모로 불리하다.

인터넷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MOB 2025'는 스타 이정재와 유지태, 제작비 6억원 등 이 부문에서는 충분히 '큰 영화'이다.

핵전쟁 후 건설된 메카시티 블루 오션 (MOB)을 배경으로 악당 염호림이 장악한 지역의 자치권과 환경권을 회복하려는 더스트(이정재)와 그를 암살하여는 K1(유지태), 더스트의 몸에 새겨진 보물지도 문신의 비밀을 해독하려는 강영주(최윤영)의 대결이 줄거리.

이정재와 유지태의 이미지 변신이 새롭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관습적이기는 하지만 두 스타의 액션이 볼만하다. 인터렉티브 영화로 영화 도중 게임을 풀지 못하면 영화가 끝난다.

그러나 기법이 세련되지 못해 영화의 맥을 끊는게 단점. 전체 4부작으로 기획됐고, 완성된 1부가 14일 9개 포털사이트에서 개봉한다.

스무살

■'빨간 마후라' 그후…

빨간 마후라를 찍은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스무살'(감독 신정균)은 이런 물음에서 출발한 영화다. 남자친구의 꼬임에 빠져 '빨간 마후라'를 찍은 명주가 가출과 유흥업소 접대부 생활, 그리고 속옷 모델 등을 거치면서 남자들에 의해 철저히 짓밟히는 과정을 그렸다.

3부로 구성된 영화는 돈벌이로, 자신의 왜소 콤플렉스를 치료하기 위해, 단순한 욕망의 대상으로 스무살 명주의 육체를 탐하는 남자들을 하나씩 드러낸다.

그러나 너무나 상투적인 캐릭터와 스토리 구성, 부족한 연기력은 선정적인 소재 하나로 승부를 내려는 영화의 단점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성의 매매 실태를 고발한다'는 영화가 고발은 뒷전이고 '실태'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처럼.

아버지를 모르는 아이를 낙태한 명주가 마시는 술은 전혀 쓴 것처럼 보이지 않으며, "오빠와 나의 운명적 만남을 축하하자"며 기뻐하는 명주의 눈은 상대방을 바라보지 않는다.

섹스장면은 절제했지만, 극구성이나 발상에서는 16㎜ 에로비디오 보다 별로 나은 것 같지 않다. 그나마 전작인 '삼양동 정육점' 보다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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