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편찬한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가 군대 위안부를 화장실에 비유하는 극언을 일삼았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12일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제의 역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로 근현대사는 거의 혼자 쓴 것으로 알려진 가쿠슈인(學習院)대 사카모토 다카오(坂本多加雄ㆍ51) 교수는 "(군대)위안부의 역사는 화장실 역사와 마찬가지로 교과서에 실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관련 기술을 담은 기존 역사교과서를 비판했다.
'만드는 모임'의 이사이기도 한 그는 1997년 5~11월 산케이(産經) 신문이 발행하는 월간 세이론(正論)과 류큐(琉球)신문 기고문과 순회 강연 등을 통해 "전지(戰地) 위안부 제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난 성(性) 처리 관련 사항을 중학교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커다란 문제"라며 "일본의 화장실 구조 변화와 같은 지엽말단을 정통 일본사로 다루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류큐대 다카시마 노부요시(高嶋伸欣) 교수는 일본 남성들이 흔히 불특정 다수의 남성과 성 관계를 갖는 여성을 속어로 '공중 변소'라고 불러 온 뿌리깊은 여성차별 의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군대 위안부 동원과 관련한 천황과 일본 정부의 범죄를 다룬 여성 국제법정을 주최한 '전시 여성에 대한 폭력(VAWW)- 일본 네트워크'의 마쓰이 야요리(松井耶依) 대표도 "침략 전쟁 당시 일본군 병사들이 위안소를 '공중 변소'라고 불렀던 것을 연상시킨다"면서 "여성을 성 노예로 삼았던 군국주의의 여성 멸시 의식을 드러낸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일본 네트워크'는 한국 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 등 한일 양국의 여성단체와 손잡고 5월 1일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역사왜곡 교과서 규탄 시민단체 합동집회에서 사카모토 교수의 화장실 망언에 항의하고 발언 철회를 요구할 계획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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