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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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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

입력
2001.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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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굿인포메이션 발행)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저하에 관한 세계적 석학들의 통찰력 깊은 연구 보고서이다.세계적 석학인 조지프 S. 나이 미 하버드대 케네디정책대학원장이 책임을 맡고 하버드대 교수진이 참여해 3년에 걸쳐 이뤄진 프로젝트의 성과이다.

1998년 출간 당시 세계적 관심을 모았을 만큼, 국민 불신은 각국의 공통된 주제가 되어 있다. 1964년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의 4분의 3이 연방 정부에 대해 믿음을 표명한 반면 1995년 조사에서는 4분의 1에 불과했다.

이 책은 일본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전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그 원인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검토하고 분석한다.

먼저 꼽을 수 있는 원인은 경제정책의 실패다. 1970년대 중반 이래 선진 국가들의 경제성과가 상대적으로 악화했고 실질임금 상승도 둔해졌다.

여기에 세계화의 영향으로 경쟁 상황은 더욱 나빠지면서 정부에 대한 근원적 불만을 야기시켰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검토한 로버트 로렌스 교수는 "그러나 이 관계가 불명확할 뿐 아니라, 흥미로운 점은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경제적 체험이 전혀 달라도 불신은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고 지적한다. 경제적 성과에 대한 설명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성과와 국민 평가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학교제도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거주지역 학교에는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등 다양한 통계수치를 통해 국민의 불신과 정책 결과의 연관성이 모호하다고 밝힌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정부 뿐 아니라 법원 언론 사회단체 등 다른 주요기관들에 대한 신뢰감도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변화를 암시한다.

제인 맨스브리지 교수는 학부모와 교사연합, YMCA 등 시민단체의 쇠퇴로 공동의 신의, 규범, 네트워크의 토양인 '사회자산' 이 감소하는 대신, 정부에 의해 보장되는 개인의 권리만을 중시하는 문화가 생겼다고 지적한다.

로버트 잉글하트 교수는 1960년대 청년 반란이 보여주듯 권위에 대한 존중의식의 쇠퇴가 현대사회에 만연해 있다며 후기 물질주의 가치관을 신뢰저하의 요인으로 꼽는다.

매스미디어의 변화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1960년대 이래 신문과 방송뉴스가 부정적인 논조로 변했고, 본질보다는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선정주의로 국민의 불신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책은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라고 딱 꼬집어 말하지 않는다. 또한 국내 상황에 그대로 대입하기 힘든 면도 있다.

하지만 복합적으로 얽힌 실타래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줌으로써 문제해결의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저자들이 궁극적으로 우려하는 부분도 우리가 비켜갈 수 없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그 사회의 건강성을 말해주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지속적인 신뢰도 저하로 민주주의의 근본토대가 침식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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