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에 들어선 한 부인이 아이와 함께 전자상가를 찾았다. 요즘 유행한다는 MP3 플레이어를 사달라는 조름을 이겨내지 못한 때문이다.여기저기 구경하던 부인은 덩달아 흥겨워졌다. 녹음테이프가 들어가는 앙징스런 카세트도 사고 싶었고 작은 화면에 깨끗하게 나오는 TV도 탐이 났다. 오랜만에 찾은 곳엔 별세계가 펼쳐졌다.
■MP3 플레이어를 보니 생긴 것은 카세트인데 그것이 아니란다. "인터넷으로 음악을 전송 받는데 용량을 확장하면 20곡을 저장할 수 있다"며 상점주인과 아이가 말하는 내용이 무슨 얘긴지 알기 어려웠다.
더구나 MD(Mini Disk)의 음질이 더 깨끗해서 요새는 이걸 많이 사간다고 하는데 더욱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냉장고 TV 전축 정도나 눈에 익고 휴대전화까지는 알겠는데, 몇만 화소의 디지털 기능이 있다는 카메라도 모르겠고, 스캐너는 뭐고 PDA는 또 뭔지 오리무중일 뿐이었다.
■이 부인은 새삼 자신이 무식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70년대에 대학을 나와 사회생활도 했고 e-메일로 친구와 연락까지 하는데 갈 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진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뭐든 잘 알면서 따로 배우지 않고도 금방 쓰는 방법을 익혔다.
그걸 보면 기특하기는 하나 자신의 무지에 대해서는 서럽기조차 했다. 그가 한창 때 갖기를 원했던 워크맨은 이미 인기가 없다고 한다.
CD플레이어도 한물 갔고, 뭔지 모르는 이름을 붙인 전자제품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젊을 때 팔팔했던 이 부인은 정말 기가 죽는 걸 느꼈다.
■어릴 때 노인들이 영어를 모르고 전축과 TV 조작도 서툰 것을 보고 세대차이가 난다고 탓했던 사람들이 이제 나이가 들어서 시대가 달라지는 것을 서글프게 지켜보고 있다.
머리카락을 알록달록 염색하고 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이해하는 척하지만 그들이 즐기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것은 세대차이인가 시대차이인가, 아뭏든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최성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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