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인생에도 사랑과 꿈은 있게 마련이다. 아니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기에 작은 희망도 크게 보고, 소중히 여길 줄 안다고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스테픈 맷카프 감독의 2000년 작 '뷰티풀 죠(Beautiful Joe)' (12세, 스타맥스)를 보면 이런 짐작이 그리 틀린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열심히 꽃을 가꾸고 배달하며 살아온 중년 남자가 의사로부터 뇌종양 선고를 받는다. 힘없이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는 배관 수리공과 바람을 피우다 왜 이리 일찍 들어왔느냐고 나무란다.
거기다 한술 더 떠 이혼을 요구하며 집과 저축의 절반을 달라고 한다.
"당신은 너무 지루해. 모험없는 삶이 지겨워" 라고 아내는 당당하게 말한다. 죠(빌리 코널리)가 처한 것보다 나쁜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까?
전당포 주인에게서 한푼이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교태를 부리는 중년 여성이 있다.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경마를 하지만, 이번에도 정보가 빗나가 돈을 날리고 만다. 암흑가 두목(이안 홀름)의 돈을 갚지 못하면 흑인 딸과 자폐증의 백인 아들 목숨이 위태로운데.
허쉬(샤론 스톤)는 의지할 남자 하나없는 자신의 처지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뷰티풀 죠' 는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중년 남녀가 우연한 인연으로 얽혀 서로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관계로 발전하기까지를 그린 영화이다. 암담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지만, 두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성격 묘사가 신선해 미소를 짓게 한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과 재치있는 대사 덕분이기도 하다. '미세스 브라운' 에서 엄격한 여왕의 믿음직한 신하이자 평생 친구 역을 맡았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가수며 코미디언인 빌리 코널리의 매력, 샤론 스톤의 푼수연기 변신, 난초를 가꾸는 냉혹한 보스로 노익장을 과시한 이안 홀름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덕분에 감동을 강요하는 작위적인 마무리조차 그다지 폄하하고 싶지않다.
감상 포인트/행복이 혀를 내밀고 도망가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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