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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잠못이룬 석방전야 / 부시,새벽타결보고에 '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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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잠못이룬 석방전야 / 부시,새벽타결보고에 '환호성'

입력
2001.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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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악관은 10일 저녁부터 11일 아침까지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를 제외하고는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12시간의 시차 때문에 환한 대낮의 중국과 긴박한 막후교섭을 벌이느라 백악관 참모진 및 국무부팀들은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주중 대사관에 연결된 핫라인을 개방해놓은 채 길고도 긴 10시간을 보내야 했다.

10일 저녁 10시 30분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으로부터 전화를 통해 서한문구를 놓고 최종 협상 중이라는 보고를 받은 부시 대통령은 문제가 타결되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이날 밤 "타결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전했다.

자정을 넘긴 11일 새벽 0시 45분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라이스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 정부가 조지프 프루어 주중 대사로부터 협상타결을 위한 미국의 최종 문안을 전달받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를 문제 타결의 명백한 신호로 파악한 백악관측은 즉시 전날 밤 합의했던 문안을 베이징(北京)에 보내도록 지시했다. 국무부를 통해 이 같은 뜻을 전달 받은 프루어 대사는 최종 문안을 중국측에 건넸고 중국측은 이 문안을 총체적으로 검토한 후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에 승무원 석방 약속을 구두로 통보했다.

평소처럼 새벽 5시에 일어난 부시 대통령은 5시 40분에 라이스 보좌관으로부터 거의 타결직전에 이른 간밤의 진전상황을 보고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는 라이스 보좌관의 보고를 받고 밝은 표정으로 "잘됐다"며 특유의 단문형 반응을 보였다. 이어 부시대통령은 새벽 6시 30분 라이스 보좌관으로부터 송환문제가 완전 타결됐다는 중국측 TV 보도내용을 보고 받고 "정말 멋지고 잘됐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이날 아침 7시10분 중국측에 전달한 서한을 공개했고 부시 대통령은 노스 캐롤라이나로 떠나기 앞서 아침 8시 25분 백악관 브리핑 룸에 나와 성명을 발표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美정가·언론반응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매번 날을 세워왔던 민주당의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델라웨어주)은 11일 정찰기 승무원 귀환협상이 타결된 데 대해 "대단히 성공적인 업무 수행이다"이라고 평가했다. 또 하원도 "부시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서 책임감있고 성숙한 지도력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미 언론과 워싱턴 정가는 승무원 송환협상이 타결되자 입을 모아 부시 행정부의 외교력이 진가를 발휘했다고 호평하는 분위기다. 취임 두 달 열흘 만에 예기치 않게 터져나온 이번 사태로 최대의 정치적 시련에 봉착했던 부시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 전화위복'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ABC 방송은 커트 캠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수석 부소장의 말을 인용, "이번 사건은 부시 대통령에게는 큰 시험이었다"면서 "부시 외교팀은 전반적으로 매우 흡족해 하고 있으며 중국측에 전달한 서한이 내부적으로 세운 법적, 정치적 지침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닉 라디도 "부시 대통령이 처음 너무 강경하게 나오긴 했지만 곧바로 인내력을 갖고 상당한 유연성을 보였다"고 지적하면서 외교경험이 없는 부시가 첫 시험을 잘 통과한 것으로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는 이번 사태 해결과정에서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과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에게 전권을 일임하는 CEO(최고경영자)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며 "초반에 전면에 나서 강경론을 주도하다 곧바로 자신은 2선으로 빠지는 현명한 처신을 함으로써 위기관리에 뛰어난 면모를 과시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도 "부시는 국무부라는 공식라인에 협상의 전권을 맡기는 한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 등 이른바 강경파 그룹이 자제토록 통솔하는 수완을 보여줬다"며 "또 협상 과정에서도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문제와 중국 연안에 대한 정찰 활동 중단문제 등은 협상의제로 삼을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뚝심을 견지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이어 부시 대통령이 의회 내 보수파 의원들의 강경책 주문을 따르지 않은 것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부시는 일단 지난 대선 때부터 붙어 다닌 '외교 문외한'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를 떼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18일부터 열리는 후속협상의 결과를 보아야 진정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이의를 달고있다. 베이츠 길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찰기 반환과 진상조사문제 등 후속협상이 아직 복병으로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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