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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실종된 '페어플레이'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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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실종된 '페어플레이'정신

입력
2001.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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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게임에서 진로방해, 핸들링, 코너킥 같은 룰들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그리고 룰이 있어도 선수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민ㆍ주택은행이 정부의 강력한 중재 끝에 11일 밤 극적으로 본계약 협상을 타결지었지만 향후 합병작업의 앞날을 낙관하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10 여일간의 협상과정에서 두 은행이 보여준 행보가 너무나도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두 은행은 지난해말 "합병과 관련된 모든 사항은 국민ㆍ주택은행 임원과 중립적인 외부인사 등 6인으로 구성된 합병추진위원회가 '결정'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주택은행은 그러나 정작 합추위안이 합병비율이나 존손법인 등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결정되자 승복할 수 없다며 재심을 요구했다.

합추위가 이달 4일 재심의에서도 결정을 뒤집을만한 이유가 없다고 선언하자 '합추위는 못 믿겠다. 은행장간 담판으로 해결하자'고 판을 깨버렸다.

국민은행도 이에 질세라 11일 오전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인의 서명이 담긴 본계약 의결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는 상호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주택은행이 "표결 결과 우리 쪽에 유리하면 그대로 가고, 불리하면 판을 깨자"는 작전이었다면, 국민은행장은 "저쪽이 선제공격 했으니 우리도 폭로전으로 맞불을 놓자"는 전술인 셈이다.

민주주의는 결과 못지않게 절차와 승복정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두 은행은 '페어플레이' 대신 언론플레이를 통한 진흙탕 싸움에 몰두했다.

지난해말 사상 초유의 재검표시비 끝에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오자 민주당 엘고어 후보는 '투쟁' 대신 '깨끗한 패배'를 선택했다. '게임의 룰'을 지킬 줄 알았기 때문이다.

경제부 박정규차장대우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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