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요즘 젊어졌어요."촬영장의 배종옥(37)은 발랄하고 상큼하다. 지난해 '바보같은 사랑'에서 늘상 슬픔에 젖어 사는 옥희 역을 할 때 기진맥진하던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배우는 역시 이미지를 먹고 사는 존재일까. 서른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힙합바지와 반소매 면티가 잘 어울린다.
그가 젊어진 것은 '연하남'과의 사랑 때문이다. KBS 일일드라마 '우리가 남인가요'에서 연인으로 나오는 동욱(김호진)과의 극중 나이 차이가 다섯 살이다.
"호진씨 만나기 전에는 긴장이 돼서 거울도 몇 번씩 봐요. 이래서 연하남과 결혼한 여자들이 젊어지나봐요."
요즘은 촬영이 없을 때도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발랄한 커트머리를 연출하기 위해 보통 세 시간을 소비한다. 그만큼 철저하다. 시청자들이 감탄하는 익은 연기의 원천이기도 하다.
극중 배역인 박윤주는 일견 똑부러지고 당당한 인물이지만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한없이 연약해지는 여자이다. 또 연하남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내면의 힘도 갖췄다.
지금은 자신의 친아버지가 연인 동욱의 아버지인 한동욱(이정길)이라는 오해를 안고 절망에 빠진 어두운 국면이지만 기본적으로 밝은 캐릭터다.
이후 동욱과 결혼하게 되면 알콩달콩한 신혼생활, 만만찮은 성격의 시어머니(김영애)와의 갈등과 화해가 극의 주류를 이루게 된다.
"참 맘에 드는 역할이에요. 편안하면서도 친숙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대개의 배우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굴곡이 많고 인상깊은 배역을 하고 싶어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일상적인 역할이 맡고 싶었다고 했다.
특유의 도도한 이미지 때문에 컬트드라마 '거짓말'에서처럼 늘 강한 역할만 맡아서일까.
"배우생활을 한두 해 하고 그만둘 것은 아니니까요. 연기하는 폭이 넓을수록 좋은 거죠." 하지만 감정을 절제하고 힘을 빼는 역할도 어렵다.
특히 일일극이니만큼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잔잔한 감흥을 줄 수 있도록 감정을 미세하게 조절해야 한다.
그는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SBS. 월~금 오후 9시 20분)에서도 의외의 변신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맹한 듯 하면서도, 누구도 못말리는 고집쟁이 할아버지 노구(신구)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보는 사람은 웃더라도 본인들은 너무 진지한 거죠. 3만원짜리 모자를 사기 위해 '삼치기'로 몇백원씩 따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지만 극중 인물들에게는 정말 그보다 중요한 일이 없으니까요."흔히 드라마보다 가볍게 생각되는 시트콤이지만 더욱 상황몰입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장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두 방송사를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배종옥. 강한 역은 강한 역대로, 일상적인 캐릭터는 또 그 나름대로 몸에 밴 듯 소화하며 연기생활 15년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 비교적 잘 해온 것 같아요. 큰 후회는 없고요. 앞으로도 그래야겠죠?"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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