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국내 최대의 놀이공원인 에버랜드가 17일로 개장 25주년을 맞는다. 용인 꽃동산에서 사랑을 키우던 선남선녀들은 이제 중년이 돼 그들의 아들 딸들에게 추억을 들려주고 있다.에버랜드는 1976년 문을 열었다. 새마을 운동의 기운이 온 나라를 뒤덮었을 때였다.
민둥산을 옥토로 만들어 국민에게 물질적, 정서적 풍요를 주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처음 이름은 용인자연농원.
양돈과 과수사업을 주로 하면서 9개의 놀이기구와 동물원, 식물원을 갖췄다. 당시 슬로건은 '언제나 즐거운 마음의 고향'이었다.
자연과 시설을 아우른 놀이공원이 거의 없던 당시에 에버랜드는 가족 나들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혹적이었다.
고속버스를 탔다가 다시 시외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개장 첫 해 88만 명의 입장객을 기록했다.
입장객은 꾸준히 늘어 1986년 20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860만 명이 찾았다. 올해에는 1,0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장 이후 총 입장객도 올 6월 중에 1억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현재 페스티발 월드, 캐리비안 베이, 스피드 웨이 등 3가지의 대형 테마파크를 갖추고 있다. 전 세계 테마파크 중 규모 면에서 6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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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25년 함께한 양재길 사업본부장
25주년 잔치 640m 초대형 퍼레이드
개장 초기 가장 인기 있었던 놀이기구는 제트열차였다. 6명이 탑승하는 차량 4대가 연결된 제트열차는 일본에서 수입했다.
커피잔처럼 생긴 데이트컵은 특히 연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당시 9개 였던 놀이기구는 현재 48개 기종으로 늘어났다.
역대 동물원의 식구 중 최고의 인기스타는 팬더곰 부부인 밍밍과 리리. 1994년 9월 한ㆍ중수교를 기념하기 위해 중국에서 온 밍밍과 리리는 약혼식, 결혼식 등 행사 때마다 매스컴의 조명을 받았고 지금까지 1,000만 여명이 이들을 찾았다.
관람객이 가장 많았던 날은 봄기운이 절정에 이르렀던 1999년 5월 22일로 11만 2,000명이 입장했다.
강원도 동해시 인구가 10만 3,000여 명이니까 이날 에버랜드의 인구는 웬만한 중소도시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가장 손님이 없었던 날은 폭설이 내렸던 1977년 1월의 어느날. 단 2명만이 입장했다고 한다.
에버랜드는 가족 레저문화를 선도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장 당시 국내 최초의 동물쇼를 시작으로 1979년에는 동물과 얼굴을 맞댈 수 있는 사파리월드를 개장했고, 1985년 장미축제를 기획해 꽃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1987년에는 역시 국내 최초로 눈썰매장을 선보였다.
서비스 산업의 기초, 특히 친절, 청결, 배려의 문화를 다지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에버랜드 서비스 사례는 학술적으로도 정리돼 미국의 유수 대학에서도 강의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1996년부터 지난 해까지 고객만족 경영대상에 5년 연속 대상을 차지해 국내 처음으로 고객만족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25주년 잔치 640m 초대형 퍼레이드
에버랜드는 25주년 생일 잔치를 성대하게 연다. 모든 기념 행사는 입장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다.
가장 큰 이벤트는 퍼레이드. 행렬의 길이가 640㎙, 참가 인원이 400여 명에 달하는 초대형 퍼레이드다. 'Magic On Parade'로 이름이 붙여졌다.
기획을 포함해 3년의 제작기간, 총 제작비 70억 원이 들어갔다. 15일 오후 2시 페스티벌 월드에서 선을 보이고 매일 같은 시간 하루 한 차례씩 펼쳐진다.
퍼레이드의 주제는 '마법을 통한 상상 속 세계로의 여행'이다. 꿈의 나라, 모험의 나라, 신비의 나라, 상상의 나라, 희망의 나라로 나뉘어 있다.
동원되는 플로트(퍼레이드 차량)는 10대. 모두 미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가장 긴 것은 15㎙.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행렬을 재현한 장면, '백조의 호수'에 맞춰 20마리의 백조 무용수가 발레를 하는 장면 등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감탄사를 연발하기에 충분하다.
기존의 퍼레이드가 단순 관람형이었다면 'Magic On Parade'는 참가형이다. 관람객들에게 분장을 해줘 동참할 수 있게 했다.
기존의 '페이블 환타지 퍼레이드'는 야간으로 옮긴다. 50만 개 이상의 꼬마전구, 형광불빛, 특수 네온사인 등을 부착해 'Moon Light Parade'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야간 개장 시부터 선을 보일 예정.
개장 25주년 당일인 17일 오전 9시에는 정문에서 생일 파티를 준비한다. 25인조 페스티벌 밴드와 25명의 캐릭터 연기자, 25명의 손님, 직원 대표들이 생일 케이크 25개를 자르고 250마리의 비둘기가 하늘을 난다.
14일과 21일 오후 8시에는 초대형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14일(오후 7시 30분)과 29일(오후 6시 30분) 유러피언 스테이지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의 공연이 있다.
연회원을 중심으로 축하 할인행사도 펼친다. 6월 말까지 연회원에 가입할 경우 현재 9만 원의 가입비를 6만 원으로 할인해 주며, 재가입시 적용되던 20%의 할인율을 30%로 늘인다. 1976년 4월이 생일인 사람은 2만 5,000원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연회원의 자격을 준다.
■에버랜드 25년 함께한 양재길 사업본부장
양재길(梁在吉ㆍ51) 에버랜드 사업본부장(전무)은 에버랜드와 역사를 같이 한 사람이다.
1974년 첫 직장으로 에버랜드의 전신인 중앙개발에 입사한 이후 계속 이 곳에만 머물렀다. 에버랜드의 모든 시스템을 자기 몸의 신경망처럼 느끼고 있는 그는 그 시스템을 모두 관장하고 있는 인물이다.
"개장 25주년의 한마당은 국내 레저 문화를 아끼고 성원해 준 국민들의 잔치라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도 그 역사를 함께 했다고 생각하니 감격스러울 따름이죠."
양 본부장은 서비스업에 있어 IQ보다 EQ(감성지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영어 단어가 'Touch'. 직원들의 감성을 'Touch'해 작은 감성의 불씨를 용광로처럼 끓게 하면 그 열기가 그대로 고객에게 전달된다는 생각이다.
딱딱한 조회시간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남행열차'나 '봉선화연정' 같은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부하를 꾸짖을 때 소리를 지르는 대신 웃으며 물총을 쏘는 등 직원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남긴 에피소드가 많다.
양 본부장이 생각하고 있는 에버랜드의 마스터 플랜은 놀이, 휴식, 스포츠, 교육문화 등을 한데 묶은 세계적인 '체제형' 복합 리조트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호텔, 콘도 등 국제적 규모의 숙박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스키장, 실버타운, 청소년 수련원, 산업박물관 등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 자리에서 여러가지 레저와 휴식을 즐기는 것이 국제적인 여가문화의 추세입니다. 각종 시설을 더욱 확충하고, 장기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경전철 등의 건설을 완료하면 연간 국내외 관람객 수가 1,500만 명에 육박하는 세계 3위권의 테마파크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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