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시간당 임금상승률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처음으로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앞질렀다.경기침체로 생산성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임금인상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어, 향후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와 경제전반의 인플레 압력심화가 우려된다.
재정경제부는 12일 '경제동향 설명회'에서 작년 4ㆍ4분기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8.0%, 제조업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9.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997년이래 생산성증가율이 줄곧 임금상승률을 앞질러왔지만 작년 4ㆍ4분기 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 '생산성우위'가 '임금우위'로 역전된 것이다.
이에 따라 97년 -5.7%, 98년 -9.0%, 99년 -2.5% 등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오던 단위노동비용 증가율도 지난해 4ㆍ4분기 들어 1.0%의 플러스로 반전됐다.
단위노동비용(시간당 임금/노동 생산성)이란 제품 한 개 생산에 들어가는 노동비용으로, 단위노동비용증가율이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같은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인건비 부담이 과거에 비해 커졌다는 뜻이다.
재경부 당국자는 "단위노동비용이 커지면 기업입장에선 비용증대로 채산성이 나빠지게 되고, 경제 전체로는 물가상승압력이 커지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말했다.
98년 하반기부터 작년 중반까지 기업들이 많은 수익을 낸 것은 경기활황에 따른 생산성 향상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유휴인력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임금인상억제로 전체 단위노동비용 부담이 감소했기 때문이었다.
3~4%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올해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앞으로 더욱 가파른 하락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사용자측(경총)은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3.5%로 제시한 반면, 고용자측(한국노총)은 최소 12%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등 올해 임금인상률은 좀처럼 낮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임금이 생산성을 압도하고, 단위노동비용이 증가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져 기업 수익구조의 급격한 악화가 우려되며, 공공요금인상과 환율상승으로 이미 4%억제선이 붕괴한 물가에도 더욱 큰 짐으로 작용하게 됐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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