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찰기 승무원 석방에 이르기까지 중국 지도부의 대응과정이 상세히 밝혀져 흥미진진한 화제가 되고 있다.12일 CNN 등에 따르면 미군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충돌한 1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비상회의가 소집됐다. 이 회의에는 중국군 고위 장성들과 외교부 고위 간부들이 배석했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 외교지도회의 의장 겸 군사위원회 주석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첸치천(錢其琛) 외교지도회의 부의장 겸 국무원 부총리가 브리핑을 겸한 기조연설을 했다.
江 주석은 기조연설 뒤의 토론 초입에 먼저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당 지도부는 인민으로부터 호전적인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에게 약하다는 모습으로 비추어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1999년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공군기의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 오폭 사건 때처럼 반미 시위가 다시 벌어지면 안 된다.
둘째, 취임 초기인 부시 행정부에 반드시 '교훈'을 주어야 한다.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와 대만 문제 등에 관한 성명을 통해 중국을 '위협'한 부시 대통령이 어떤 식이든 고개를 숙이는 모양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셋째, 정찰기와 승무원에 관한 미국과의 협상은 2주를 넘겨서는 안 된다. 회의에선 상무위원회 명의로 관영 언론들에게 미국을 '신 패권주의'로 공격하고 중국군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보도를 지시했다. 그러나 모든 대학은 학생들의 시위를 방지하라고 지시했다. 江 주석은 이 같은 전략이 '사과를 받아내는 외교'라고 결론을 지었다.
錢 부총리와 함께 남미 방문길에 나서기 직전 江 주석은 4일 이 문제를 국내에서 책임지고 지도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부주석과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부장에게 다시 한번 이 같은 원칙을 신신당부했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이 같은 중국 지도부의 원칙은 미국으로부터 명분을 따내 중국 인민들의 혼란을 방지하되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은 회피하는 가이드 라인이었다고 해석했다. 江 주석은 원칙은 양보하지 않고 실무에서는 부시 대통령에게도 '빠져나갈 구멍'은 주어야 한다는 전략적 유연성도 당부했다.
미국과의 협상이 결정적 순간일 때 胡 부주석은 남미에 있는 江 주석에게 조언을 요청했다. 江 주석은 '미안함(sorry)'보다 조금만 더 강한 수준의 사과를 받아내는 선에서 끝내라고 지시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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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치단결 인민의 승리"
중국은 정찰기 충돌사건을 통해 미국에게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하면서도 앞으로 전개될 미국과의 후속 협상에 상당한 신경을 쓰면서 언론들을 통한 선전전도 병행하고 있다.
우루과이를 방문중인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11일 승무원들의 석방으로 이번 사건이 완전히 일단락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측에 경고했다. 江 주석은 "우리는 미국측이 이번 사건에 관한 중국의 입장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취하면서, 이 문제를 적절하게 다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승무원 석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당ㆍ정ㆍ군이 일치 단결해 미국과의 투쟁에서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2일 미국 정부가 비행기 충돌사건과 관련해 처음에 보인 무례하고 비합리적인 태도를 중국 인민에게 '매우 미안하다'로 바꾼 것은 미국 패권주의에 대항하는 중국 정부와 인민의 확고한 투쟁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강력한 국가를 구축하기 위해 애국열의를 힘으로 전환시키자'는 논평기사에서 중국 정부가 이 문제를 다루면서 국가 주권과 존엄을 수호하고 패권주의와 무력 외교에 반대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인민일보는 미국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중국 해안을 따라 이번 사건의 원인인 정찰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빈번히 비행기를 파견했다면서 미국은 비행기 충돌사건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영 언론들은 또 군부가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지도부의 정확한 결정에 결연한 지지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인민해방군 등 중국 군부는 지도부의 정확한 결정에 지지를 표하고 충만한 애국심으로 국토방위 임무를 수행할 것을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의 주요 관심사가 영토 회복과 국경안정에서 영해 확보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HT)이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 공산당이 1949년 권력을 잡은 뒤 내세운 정책은 국력이 약해졌을 때 잃은 영토를 회복하고 국경을 확보하는 것이었으나 홍콩과 마카오 반환으로 회복대상 영토가 대만 밖에 남지 않았고 국경에 대한 위협도 없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남중국해의 모든 분쟁 대상 섬들에 대한 영토권을 주장하는 중국의 태도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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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영웅화' 실종조종사 곧 공식사망 발표
중국 정부는 곧 추락한 중국 전투기의 조종사 왕웨이(王偉)가 숨진 것으로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12일 미 정찰기 승무원이 귀환함에 따라 중국은 조만간 조종사 王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중국 외교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사태가 타결 국면으로 접어듦에 따라 王의 사망 확인을 무한정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王의 실종은 지난 11일 동안 중국민들의 반미 공분을 자아내고, 미국을 압박하는 데 중요한 명분으로 활용돼 왔다. 또 "왕웨이를 따라 배우자"는 운동과 추도 물결이 전국에서 불같이 일어나 王의 영웅화 작업이 전개됐다.
중국은 지난 11일 동안 전례 없는 실종자 수색작업을 전개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꼭 찾아내라"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지시에 따라 실시된 군ㆍ관ㆍ민 합동 수색작업은 거대 규모의 해상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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