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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日'교과서' 국제연대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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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日'교과서' 국제연대로 풀자

입력
2001.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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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우익세력이 만든 ‘새 역사교과서’의 문부과학성 검정 통과로 촉발된 교과서 파동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급기야 주일대사를 소환하고 제네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를 강한 논조로 비난하는 등, 대일 정책이 강경 노선으로 급선회하고 있다.애초 교과서 문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정부가 이처럼 강경 대응으로 선회하게 된 것은 국민여론의 들끓는 대일 감정과 여야를 초월한 정치권의 질타를 더 이상 방관할 경우 떠안게 될 정치적 부담을 심각히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황국사관에 입각한 국수주의적 역사서술을 담고 있는 ‘새 교과서’의 검정통과는 21세기 일본의 국가진로와 연관시켜 볼 때 매우 우려되는 사태라 아니할 수 없다.

이는 일본정부 스스로가 약속한 ‘근린제국 조항’을 위배한 것일 뿐 아니라 1995년 8월 무라야마(村山富市) 수상이 담화문에서 밝힌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공식적인 표명내용을 부인하는 모순을 초래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전개로 이해된다.

더욱이 교과서 왜곡은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小淵惠三) 전 수상이 합의하여 발표한 ‘21세기를 향한 미래지향적 한일 파트너십 선언’의 기본정신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이번 교과서 파동은 기본적으로 1990년대 후반 이후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일본사회의 우경화 추세 속에서 나타난 빙산의 일각으로 파악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일본 우경화의 징표는 요 몇 년 사이에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히노마루(일장기)와 기미가요(일본국가)를 법제화하는가 하면 각료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대한 공식참배가 강행되는 등, 국가상징의 강화현상으로 여겨지는 움직임이 본격화해왔다.

또 우익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온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가 동경도 지사에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으며 잇따른 ‘망언’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기는 여전히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우경화는, 걸프전과 중국 북한 등의 ‘위협사태’에 대한 대응의 혼선, 혁신세력의 몰락에 따른 정치권의 총보수화,

그러나 여기서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새 교과서’의 제도권 진입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정통 역사학계, 지식계 전체가 ‘새 교과서’의 역사인식에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일본사회는, 어찌 보면 소수파라고 할 수 있는 ‘새 교과서 그룹’의 빗나간 행동을 제지시킬 수 있을 정도의 자정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정부 또한 교과서 사태가 초래할 폭발성 내지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교과서 파동을 겪으며 일본에 대해 우리가 우려를 금치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다수 일본인의 침묵과 무관심 속에 우익세력의 주장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정부의 실효성있는 대일 정책의 모색과 더불어 국제적 연대를 통해 일본의 우익세력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한편 학계, 시민사회, NGO 등에 의한 국경을 넘어선 연대구축을 통해 시대착오적인 ‘새 교과서’의 수정을 요구하고 ‘새 교과서’가 일선 학교에서 채택되지 못하도록 전방위 노력을 기울여 나가는 일이다.

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한 해법은 한일 양국의 국가간 대립이라기 보다는 정의와 평화라는 전인류적 가치를 추구하는 보편세력과 배타적 국가이익 만을 추구하는 편협한 특수세력과의 대립구도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설정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원덕ㆍ국민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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