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상하는 꽃물결을 맞으려 상춘객이 파도처럼 남하하고 있다. 꽃여행은 이번 주말에 절정에 이를 듯.교통 체증이 두려워, 시간이 없어서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은 짧은 봄이 섭섭하다. 여의도를 찾으려니 인파 걱정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쉬운대로 봄꽃의 정취에 젖을 수 있는 서울의 꽃길과 꽃동산을 살펴 본다.
▦북악스카이웨이
가장 아름다운 때가 바로 지금이다. 길 양쪽에 쳐진 군부대의 철조망이 시야를 조금 가리기는 하지만 그 담장 덕분에 산세와 꽃나무가 잘 보존돼 있다.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만개해 바람에 흔들린다.
길 꼭대기에는 명물 팔각정과 사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커피숍, 식당, 스낵코너 등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를 내려다 보며 꽃 향기와 차 향기에 취하면 '봄의 온기는 이렇게 가까이 있구나' 라고 절로 느끼게 된다. 사직공원 옆, 아리랑고개, 창의문길 등에서 진입할 수 있다.
▦어린이대공원
단돈 900 원, 아이(12세 이하)와 어르신(65세 이상)은 공짜. 어린이대공원은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 봄볕을 맞을 수 있는 곳이다.
순종황제의 비인 순명황후 민씨의 능역에 세워진 어린이대공원은 한 때 대단한 봄놀이터였다. 벚꽃철이거나 어린이날에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어린이대공원이 올해 모습을 완전히 바꾼 것을 아는 서울 시민은 몇이나 될까. 장기간의 리노베이션 작업을 거친 대공원은 5월 13일까지 이어지는 봄꽃 축제를 계기로 서울 시민을 다시 유혹하고 있다.
벚꽃은 워낙 옛날부터 유명했던 이 곳의 명물. 막 새 잎을 피우기 시작한 울창한 숲은 삼림욕을 겸한 산책 코스로도 일품이다. (02)450- 9306
▦석촌호수
석촌호수는 원래 한강의 샛강이었다. 1970년대 아파트를 짓기 위한 매립작업으로 호수가 됐다. 서울서 성남으로 가는 송파대로가 호수를 동호와 서호로 갈랐다.
석촌호수의 벚꽃이 만개했다. 인근 롯데월드도 꽃시즌에 맞춰 시민과 함께 하는 축제를 마련한 것은 물론이다.
분위기 좋은 카페, 맛집도 즐거움이 넘쳐난다. 물가에 핀 벚꽃을 바라보며 호수의 옛모습을 더듬어 보는 것, 봄맞이치고는 조금 청승맞을까.
석촌호수공원 관리사무소 (02)410-3691
▦남산
물의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 물고기처럼 서울 시민이 무시하는 명소가 바로 남산이다. 남산은 아름답고 향기로운 산이다. 봄이면 완전히 꽃산이 된다. 간단한 트레킹을 겸한 봄나들이에 제격이다.
남산을 오르는 길은 크게 세 가지. 장충체육관-국립극장을 거쳐 정상의 팔각정까지 갔다가 도서관길로 내려오는 길이 일반적이다.
오를 때에는 총 4,250여 걸음, 내려올 때에는 727계단이다. 약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동국대에서 팔각정으로 오르는 길도 있다.
총 621계단에 3,770 여 걸음으로 오르는 데 52분, 내려오는 데 35분이 걸린다. 남산공원 관리사무소 (02)753-2563
▦양재 시민의 숲
꽃내음은 물론 숲의 진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 총 7만 8,482 평의 땅에 소나무, 은행나무, 단풍, 잣나무 25만 주가 심어져 있다.
진달래, 개나리, 철쭉이 연이어 핀다.잔디광장, 배구장, 테니스장 등의 체육시설과 윤봉길의사 기념관, 야외무대, KAL기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탑, 어린이 자연관찰소 등 각종 시설을 완비했다.
1994년에 만들어진 제3구역은 문화예술공원. 놀이마당, 야외공연장, 조각공원 등으로 꾸며져 있는데 항상 공연과 전시회가 열린다.
숲으로 난 오솔길이 좋다. 군데군데 벤치가 놓여있어 산책과 휴식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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