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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한국 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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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한국 악기

입력
2001.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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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는 음악을 연주하는 도구일 뿐 아니라 문화의 상징이 투영된 매체이다."송혜진(숙명여대 교수)씨가 쓴 국악기 입문서 '한국 악기'는 이런 관점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악기의 구조나 모양, 연주법이 어떻다는 사실적 기술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국악기가 입고 있는 '문화의 옷'을 보고, 거기에 깃든 한국인의 마음을 읽고자 했다. 이를 위해 국악기를 설명하는 역사서 뿐 아니라 악기가 등장하는 시와 소설, 속담과 설화, 민요와 무당 노래, 판소리와 잡가 등을 두루 읽고, 고분벽화와 토우, 도자기와 공예품, 옛 그림까지 널리 살펴 국악기에 깃든 문화와 상징을 파악하고자 했다.

지금까지 이런 책은 없었다. 기존 국악 개론서나 국악기 도록은 음악을 연주하는 도구로서 악기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가장 완벽한 국악기 설명서로 꼽히는 '악학궤범'이 15세기 말 조선의 문화적 성취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악학궤범'이 될 만한 역저이다.

학문적 연구 성과를 충실히 담고 있으면서도 아름답고 반듯한 글솜씨로 전문적인 내용도 쉽게 전달, 전공자 뿐 아니라 일반인이 교양으로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책은 총설,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부록의 5개 장으로 이뤄져 있다. 총설은 국악기의 정의, 종류, 역사, 편성과 연주, 미적 특성을 알뜰하게 추려 정리하고 전문을 영어로 번역, 외국인도 읽을 수 있게 했다.

본문에 해당되는 악기편은 60종의 국악기를 변천과정과 제작법을 포함해 깊이있게 설명하고 있는데, 같은 악기라도 쓰임새에 따라 기능이며 모양이 달랐음을 알려주고 있다.

또 각 악기의 모양과 구조,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많은 사진을 수록, 악기도감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사진은 사진작가 강운구씨가 찍었다.

부록으로 실린 한국음악사 연표와 국내외 소장 주요 국악기 목록 또한 자료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이 책이 미더운 것은,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책 만드는 데 쏟은 대단한 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목판본 '악학궤범'의 악기 그림을 그대로 가져다 쓴 기존 책과 달리 컴퓨터로 정밀하게 새로 그린 악기 도해를 싣고 부분별 명칭을 한글ㆍ영어ㆍ 한자로 표기, 향후 표준이 되도록 했다.

꼼꼼한 편집은 아름답고 충실한 글과 그림, 사진으로 구성된 이 책을 더욱 볼 만한 것으로 만들어냈다. 429쪽. 12만원.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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