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자유분방하다 해도 언더그라운드 때 보다는 제약이 많죠. 음악도 그렇고. 밴드 때는 우리 이렇게 하자 하면 그냥 하면 되는데, 여기서는 '컨셉'을 한 번 세우면 그대로 밀고 나가야 되고."방송 등 '오버 그라운드' 무대에 서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두가 말을 폭포처럼 쏟아낸다. 그러자 생각 많은 멤버 강두가 막고 나선다. "야 너 그거 완전히 언더 마인드야."
그러자 자두가 말투를 고쳐 다시 말한다. "그래요? 그럼 이렇게 말할래요. 팬들의 사랑으로 하나도 피곤한 줄 몰라요. 너무 행복해요."
그룹 '자두' 는 올 봄 고교를 졸업한 보컬 자두(19)와 베이스 강두(송용식ㆍ21), '시타' 라는 일본 악기를 연주하는 일본인 객원 멤버 나카모토 유이키(28)로 구성됐다.
무대에 몸뻬나 월남치마를 입고 나오기도 하고, 방송 중에는 무대에 눕거나 기어 다니기도 하면서 '엽기적' 상황을 연출한다.
언젠가는 방송 중 무대 뒤로 숨어버려 제작진들이 당황한 적도 있다. "쟤 누구야." TV를 보는 사람들은 말한다. "여자 사이(PSY) 아냐"
그룹 자두는 급조한 일회용 댄스 가수로 오해 받기도 한다. 그러나 자두와 강두는 언더에서 잔뼈가 굵었다.
중3때 시나위의 노래를 듣고 가수가 되기로 결심한 자두가 그간 거친 밴드만 8개. "인복은 많은 데 멤버복은 없었다" 는 게 그간의 밴드 생활이다.
음반 제의를 받았는데 공교롭게 멤버가 군대에 가기도 하고, 악기를 사기로 한푼 두푼 모은 밴드 공금을 갖고 도망간 멤버도 있었다.
'닥터코어 911' 의 노래 '비가' 에 '딸기' 라는 이름으로 참여한 것이 오버 무대로 발탁되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되면서 자두 때문에 처음 그룹이 해체되기도 했다. 흑인 베이시스트 마커스 밀러를 좋아한다는 강두는 서경대 그룹 워커스, 언더그룹 코어 매거진, 루프 등에서 활동했다.
경쾌하고 도발적인 느낌의 자두의 보컬은 그들 세대의 발랄한 정서를 매우 도발적으로 전달한다. '
너 이제껏 나를 갖고 장난친거야/ 너 없이도 살 수 있어/ 잘가라 잘가' 로 시작하는 타이틀 곡 '잘가(작사ㆍ작곡 최준영)'는 펑키한 자두의 보컬과 유연한 강두의 랩이 서로 받쳐주면서 독특한 매력을 뿜어낸다. 길들여지지 않은 목소리가 자두의 매력이다.
70년대 디스코풍의 '팔짜, 경쾌한 펑키 '묻지마', 레게 리듬이 흥겨운 '삐가로' 등 이들 음악은 언더그라운드 평키 밴드처럼 자유롭고 경쾌하다.
오버 그라운드에서의 자두의 부상은 비슷비슷한 '컨셉'의 한계를 느낀 제작자들이 아예 '언더의 오버화'를 꾀하면서 나타난 부산물중 하나이다. 언더의 경쾌함과 실력, '엽기' 설정이 인기를 만든 것이다.
"지금 그룹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립싱크 안티 운동을 했을 지도 몰라요. TV도 안보구.
그렇지만 이건 다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배운 것은 많아요. '저런 댄스곡 나도 만들겠다' 이런 생각도 했었는데. 막상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댄스곡을 만드는 것은 진짜 실력인 것 같네요."
언더의 한계를 깨달은 자두는 '언젠가' 자신만의 음악을 보이기 위해 '오늘도' 무대에서 엽기적 무대를 꾸민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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