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ㆍ비방전으로 치달으며 궤도 일탈 위기에 놓였던 '국민ㆍ주택 합병열차'가 극적으로 다시 본궤도에 진입했다. 11일 두 은행의 합병 본계약 협상 타결에 따라총자산 160조원이 넘는 세계 60위권의 초대형 우량은행 탄생이 목전에 다가왔다.
특히 전체 틀까지 흔들릴 조짐을 보이던 금융 구조조정은 재탄력을 받게 됐으며, 국내ㆍ외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걷히게 됐다.
그러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꼽혀온 은행장 자리 선임을 비롯, 앞으로도 넘어야할 산이 적지않다. 이미 국민은행 대주주인 골드만삭스 측이 "김상훈(金商勳)행장이 합병은행장이 돼야 한다"고 밝히는 등 대주주들이 노골적으로 특정 인물을 지지하고 나선 상황이다.
■타결 내용과 두 은행의 득실
국민은행은 합병은행 이름을 '국민'으로 관철시킨 반면 주택은행은 합병 비율에서 실리를 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대 쟁점이었던 주택과 국민의 합병비율(주식교환비율)은 1 대 1.6883로 당초 합추위 안보다 상향 조정됐다. 존속법인은 국민ㆍ주택은행 합병추진위원회의 '국민은행'안 대신 '신설법인'으로 변경됐다.
통합은행 명칭은 당초 미정 상태였으나 이날 '국민은행'으로 합의했다. 다만 제도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존속법인을 국민은행으로 하되 은행 명칭은 주택은행으로 바꾸기로 했다. 주택은행으로선 합병비율 인상 외에 존속법인을 '신설법인'으로 바꾼 것도 성과로 곱는다.
■폭로ㆍ비방전 후유증 우려
양 은행은 지난달 말로 약속한 합병 본계약 발표 일정을 지키지 못한 원인을 상대측에게 돌리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따라 10일간 이어진 폭로ㆍ비방전의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은행 김유환(金有丸) 상무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합병협상 진행과정, 합추위 의결 문서 등을 낱낱이 공개하며 "3월 28일 합추위원 6명 전원이 합의서에 적법하게 서명을 해놓고 주택은행 측이 합병계약 체결을 거부했다"고 공박했다.
주택은행측도 8일 각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및 11일 김영일(金英日) 부행장 명의의 입장을 통해 "합병계약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합병비율을 무리하게 변경하려는 국민은행 측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김상훈 국민은행장과 김정태(金正泰) 주택은행장의 담판 결과가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계약 협상이 장기화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 남은 과제들
합추위는 '합병은행장'을 본계약 협상 의제로 삼을 경우 변수가 더욱 복잡해질 것을 우려, 은행장은 추후 논의키로 했다.
이에 따라 두 행장 가운데 한 명이 은행장을 맡고, 다른 사람은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합추위는 '국민 설문조사'등 객관적인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 은행장 선임작업을 펼 방침이다.
또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인 주주들로부터도 합병승인을 얻어내야 하며 이를 위해 미국 증권관리위원회의 회계규정에 맞는 재무자료를 작성,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출범일도 10월31일보다 늦어질 수 있다.
이밖에 두 은행 노조는 여전히 합병에 반대입장을 갖고 있어 합병에 따른 진통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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