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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기 승무원 석방결정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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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기 승무원 석방결정 이모저모

입력
200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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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명의 미군 정찰기 승무원들을 태워오기 위해 미 콘티넨탈 항공 소속 여객기가 11일 미국령 괌을 떠나 하이난(海南)섬으로 향했다고 미군 소식통이 밝혔다.이 소식통은 이 항공기가 하이난 섬에서 승무원을 태운 뒤 어디로 향할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군 기지는 오키나와(沖繩)이고, 가장 가까운 미국 영토는 괌이어서 이 둘 중 한 곳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측은 당초 군용기를 보내려 했으나 중국측이 민항기를 고수, 뜻을 굽힌 것으로 알려졌다.

콘티넨탈 항공은 에어 마이크로네시아와 함께 괌에 취항하고 있는 주요 항공사이며, 괌 국제공항을 미군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석방사실이 발표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승무원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귀향을 환영한다"며 매우 짤막하게 말했을 뿐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아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승무원 가족들은 석방 발표를 크게 환영했다. 승무원 조셉 에드몬드의 어머니 아만다 드 지저스는 "만세"라고 외치면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석방 발표 직후 승무원들이 머물고 있던 하이난섬 하이코우(海口) 공군기지 부근 난항 제1 영빈관은 커튼이 내려진 채 청소부들이 방을 청소하고 있을 뿐 미군 승무원들이 보이지 않아 벌써 석방을 위해 어디론가 이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석방 소식은 베이징(北京)과 워싱턴에서 미국의 CNN과 중국의 CCTV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동시에 발표됐다. 백악관은 베이징과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이날 이례적으로 오전 8시 30분(미국 시간)에 석방을 발표했다.

발표 시간만 놓고 봐도 베이징에서는 시민들이 저녁 식사를 즐기며 뉴스를 시청할 수 있는 시간에, 워싱턴에서는 이른 아침에 발표돼 이번 협상이 중국측에 매우 유리하게 이루어졌음을 보여주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12일자 사설에서 "우리 정부와 인민들은 미국식 힘의 지배에 대항해 불굴의 투쟁을 전개, 미국의 무례하고 비합리적인 강성 자세를 고치도록 하고 중국 인민들에게 사과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남은과제 / 기체반환 '제2공방' 예고

중국이 11일 하이난(海南)섬에 비상 착륙한 미국 정찰기 승무원들의 송환을 결정했지만 앞으로 양국은 EP-3 정찰기 반환과 피해보상 문제를 두고 '협상게임'을 계속 벌여야 한다.

다음 단계에서 미국에게는 정찰기 반환 문제가 남아있다. 미국 정부는 사건 발생후 승무원의 송환에 우선을 두었지만 내심으론 정찰기 반환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승무원들이 비상착륙 시에 기내의 장비를 파괴했다곤 하지만 최첨단 정보장비와 기술들이 중국의 손에 들어갈 여지가 얼마든지 있었다. 사건 발생 초기 미국이 정찰기는 미국영토라고 주장, 치외법권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중국의 조사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날 승무원 석방을 발표하면서도 기체 반환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미국이 사실상 '사과'를 함으로서 기체 처리문제에 있어 중국이 국제법상 유리한 국면을 차지한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미국은 1976년 소련의 조종사가 일본으로 망명하며 몰고온 미그 25기를 해체ㆍ조사한 뒤 돌려준 전례가 있다.

따라서 중국은 정찰기의 조사를 통해 미국의 정보기술 파악을 시도하면서 미국의 향후 대중 대응책에 대한 견제 도구로 기체를 사용할 가능성이 커 양국간에 또 다른 공방이 예상된다.

중국의 피해에 대한 미국의 배상도 논란 거리다. 중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벌인 후 미국에 배상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거듭 밝혀 왔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요구할 배상 내역은 추락한 F-8 전투기 기체 및 탑재 전자장비 1,200만 달러(약 160억원)와 실종된 조종사 배상금 50만 달러(약 6억5,000만원) 등이다. 미국은 1999년 유고 주재 중국 대사관 오폭 때도 사망한 중국 대사관 직원 1인 당 50만 달러를 지불했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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