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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천황이 아니라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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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천황이 아니라 왕이다

입력
200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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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역사 교과서 문제로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각국들이 강력하게 일본을 성토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식민 지배를 당했던 우리는 다른 나라들보다 더욱 분노하고 있다.하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전략은 너무나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주일 대사를 소환한 것을 국내 정치용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지난 3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다고 발표한 이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겨우 대책반을 만들 정도로 정부의 대책은 소극적이기만 하다.

일본이 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으니 더 이상 재수정은 없다고 뻔뻔하게 나오는 것도 정부의 미지근한 대응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의 이 같은 태도는 독일과는 대조적이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는 1970년 폴란드의 바르샤바를 방문, 유대인 묘지에 헌화하고 무릎을 꿇은 채 2차 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을 대량 학살한 나치 독일의 만행을 사과했다.

당시 브란트의 사과 사진은 과거사 문제가 나올 때 마다 신문 등에 게재된다. 독일의 이 같은 과거사 반성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최근 정상회담 때문에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2차 대전 전몰자 묘지를 찾아 헌화하고 사죄했다.

독일이 과거사를 철저하게 반성하는 까닭은 바로 피해 당사국들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 각국들은 독일에게 교과서 등에 과거사 문제를 철저하게 반성할 것을 요구했고 독일은 이를 100% 수용했다.

독일로서는 과거를 청산하지 않으면 자국이 국제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했다.

피해 당사국인 우리의 태도는 유럽 각국들과는 너무나 다르다. 특히 현 정부가 일본에게 지나치게 호의적 자세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대적인 문화개방은 논외로 한다고 해도 일본의 왕을 천황이라고 호칭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일본에서야 당연히 천황이겠지만 조선시대의 왕을 '왕'으로 부르고 있는 우리가 일본의 왕을 왕보다 한 단계 높은 천황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경제 지원과 대 북한 포용 정책의 협력 등을 일본으로부터 기대하고 있는 현 정부는 양국 관계의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대차대조표를 잘못 계산하고 있는 듯하다.

일본은 현재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있으며 북한과의 수교 교섭 역시 과거사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이 내세우는 한ㆍ미ㆍ일 공조 역시 자국의 이익에 따른 것이지 우리를 배려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또 교과서 문제에서 중국과 공동 대응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정책이다. 오히려 중국과 힘을 합쳐 일본을 비판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득이 된다. 이 문제로 중국과 공동 보조를 한다고 미국이 우리 외교정책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교과서 문제를 볼 때 우리 외교는 미국에 이어 또 다시 뼈아픈 실책을 하고 있다.

단명할 것이 뻔했던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와의 유대만을 강조했던 외교통상부는 그 동안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이나 했는지 의심스럽다.

앞으로 외교통상부는 일본 총리가 방한할 경우 현충원의 애국지사 묘역이나 독립기념관을 찾아 사죄토록 하는 프로토콜을 양국의 외교관계에 명시하는 작업부터 해야 할 것이다.

이장훈 국제부차장 truth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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