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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자체장 임명론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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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자체장 임명론 '허와 실'

입력
200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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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자민련 조부영 부총재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기초자치단체장 임명제 전환문제를 다시 꺼냈다.지난 해 말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42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했다가 시민사회와 학계의 질타를 받으면서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문제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국회의원의 상당수는 자치단체장 임명제 전환에 찬성을 하거나 동조를 하고 있다.

민선 신분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조만간 국회의원 후보공천이나 선거에서 부딪히게 될 자치단체장이 곱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부패와 재정낭비가 심하다는 등의 그럴듯한 명분을 달기도 하지만 결국은 과거와 같이 인사 잘하고 정치판에서 부딪힐 이유가 없는 자치단체장이 그리운 것이다.

민선체제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비리와 관련된 연이은 사건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 대부분은 잘못된 공천이나 주민통제의 부재 등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중앙정치권이나 중앙정부가 노력하면 고칠 수 있는 일이다.

또 민선체제 출범과 함께 지역 시민사회가 살아나면서 자치단체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다.

한때 문제가 되었던 고양시의 러브호텔 사건만 해도 시민사회의 통제력이 과거와 같지 않으며, 우리 지방자치에 큰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방화에 좀 더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화와 정보화가 심화하는 오늘에 지방화를 통한 지역공동체의 회복과 지역사회 단위의 자율과 창의가 고양되지 않고서는 국가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이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지난 '10년의 실패'가 과도한 중앙집권체제 때문이라 보고 지방화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대한 문제를, 그것도 국민의 80% 이상이 민선체제의 유지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법률안을 제출하는가 하면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공청회를 열기는커녕 시민단체나 방송사 등에서 여는 토론회에도 좀처럼 참가하지 않는다. 토론회를 열었던 방송사가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을 한 명도 섭외하지 못해 국회의원 없는 싱거운 토론회를 한 적도 있다.

책임 못질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당시 토론자의 말과 같이 이야말로 심각한 입법권의 남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국회의원이 국민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없다. 선거가 있다고 하지만 망국적 지역감정과 비민주적 정당구도 아래 제 기능을 못한 지가 오래되었다.

무슨 일을 어떻게 했건 다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확정되다시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제대로 된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다시 공천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선 후에도 마찬가지이다. 크로스보팅이 이루어지지 않는 탓에 국회의원 개개인의 잘못을 따지기가 쉽지 않다.

잘못한 일은 당론이었다고 하면 그만이다. 결정행위 하나 하나에 대해 개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대통령이나 자치단체장과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이처럼 국민으로부터 자유롭다 보니 틈만 나면 잘못된 신념이나 개인적 이해관계를 위해 입법권을 남용한다. 보다 못한 시민사회 일부에서 '시민의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즉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온라인 의회에 의석을 얻어 국가의 중요한 정책과제에 대해 투표하고, 이를 통해 국회의원들을 압박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이 만든 국회와 국회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또 다른 의회를 만들어야 상황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국회와 국회의원이 언제까지 국민의 걱정거리가 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김병준ㆍ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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