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클리닉 의사, 수의사, 법학자, 목사, 윤리학자, 시민단체 회원 등이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모였다. 한 여성이 말했다."왜 '바람직한 생명윤리기본법 마련을 위한 공개 강연ㆍ토론회'에 정작 생명윤리가 없습니까? 연구자 자신의 가치관을 확실히 밝히십시오." 시민단체 회원이었다.
"배아 간(幹)세포 연구가 생명 존엄성을 손상한다지만 선의의 목적을 위한 것 아니냐"고 밝힌 과학자에게 반박은 이처럼 격렬했다.
과학자들은 당황했다. "법도 없는데 왜 연구하느냐"고 따지는 것을 보다 못해 "동물배아 실험과 혼돈하지 말아달라"고 기초부터 재확인해야 했다.
'윤리주의자들'에게도 허점은 많았다. "불임클리닉에서 애초부터 적정한 수의 배아를 만들어야지, 잉여배아가 있다고 연구하자는 논리가 말이 되느냐"는 주장은 일견 날카롭다.
그러나 매번 불임여성에게서 난자를 추출하는 것은 엄청난 고통임을 알까? "파킨슨병 환자에게 낙태아의 뇌세포를 추출, 이식하는 끔찍한 수술이 있다.
배아 연구는 이를 피하는 길이다. 배아를 존중하자면서 더 잔인한 수술대를 방조하겠다는 거냐"는 과학자의 반문엔 선뜻 대답이 없었다.
과기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마련한 이 공개 토론회는 혼돈과 대립이었다. 양쪽 견해는 결코 만나지 않았다.
그러나 똑같이 박수가 터졌다. 사실 우리 사회는 이중적 가치관이 버젓이 실재한다. 배아의 존엄성 주장과 세계 최고의 낙태율이 공존한다. 수년 전부터 추진 중인 생명윤리기본법(가칭)은 최소한의 잣대를 정해놓자는 것이다.
지금의 혼돈은 피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이중성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는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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