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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 판결 의의 / "안보논리보다 기본권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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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 판결 의의 / "안보논리보다 기본권이 우선"

입력
200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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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 주민들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은 50년동안 미군의 폭격연습으로 인한 피해를 끈질기게 주장해 온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값진 승리'이다. 이번 판결로 현재 수원지구 배상심의위원회에 계류중인 매향리 주민 2,000여명의 배상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전망되고 앞으로 전개될 유사 소송에서의 승소 가능성도 높아졌다.재판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미공군 쿠니 폭격훈련장 인근 지역에 대한 역학조사자료를 거의 모두 수용했다. 조사자료는 매향리 주민들이 청력손실, 고혈압, 스트레스, 불안감, 수면장애 등의 신체적 피해 및 가옥 훼손 등의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평소 50dB 수준이던 소음도가 사격훈련이 시작되면 90dB 이상으로 증가, 주민들이 20분 가까이 과도한 소음에 노출되는 상황이 하루에도 10회 이상씩 수십년동안 지속돼 왔다"고 명시했다. 통상 소음도 70dB 이상은 청력 손실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재판부는 또 "주민들이 소음 피해에 대한 대책수립을 당국이나 미군측에 요청하기 시작한 이후 14년 동안이나 효과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안보논리'보다는 주민 기본권을 우선시했음을 시사했다.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원고 1인당 청구액 1,000만원을 대부분 인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소송은 주한미군의 공무상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미국을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따라 1차적으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것.

판결이 확정되면 정부는 미군에 75%의 금액 부담을 요구해 받아낼 수 있다. 그러나 25%는 결국 우리 정부가 부담할 수 밖에 없어 시민단체들의 SOFA 재개정 요구가 불거져 나올 소지를 안고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미군에 의한 환경피해 실태 조사에 본격 착수, 정부와 미군에 보상을 요구할 방침이어서 주한미군의 환경오염행위 등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전만규 대책위원장

국가를 상대로 3년여 동안 지루한 법정 다툼을 벌여 온 매향리 미공군 폭격장 철폐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 전만규(全晩奎ㆍ45) 위원장은 11일 승소 판결이 내려진 뒤 "사법부의 정의가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며 모처럼만에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전 위원장은 "미군은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8월 육상 사격장을 일시 폐쇄했지만 주민들은 언제 폭격이 시작될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폭격장 철폐뿐이며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전 위원장은 "일단 소음 피해에 대해 미군의 불법행위를 사법부로부터 인정받은 만큼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생업 피해, 개발제한 피해, 환경 피해 등에 대한 자료를 모아 추가 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근본적으로는 미군이 만들어낸 문제를 국가가 국민의 혈세로 배상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미군을 상대로 한 직접소송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폭격장 철폐운동을 하다 기소돼 2심 재판에 계류 중인 전 위원장은 "폭격소음으로 주민들이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것이 가슴 아프다"며 매향리 문제에 국민들이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기를 부탁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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