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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97)'우즈 공포' 에서 벗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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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97)'우즈 공포' 에서 벗어날 때

입력
200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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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회 마스터스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와 선두경쟁을 벌인 데이비드 듀발과 필 미켈슨은 우즈와 함께 당대 최고의 프로골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즈 앞에만 서면 움츠러들고 기가 죽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고 마는 것은 왜일까.우즈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라운드하면 제 실력을 발휘하다가도 우즈를 만나면 고양이 앞의 쥐로 변해, 우승경쟁이 아닌 2위 다툼을 벌이는 꼴이 되어버리는 현상을 기량의 우열로는 설명할 수 없다.

평생을 우즈와 함께 프로생활을 해야 하는 이들로서는 큰 불행이겠지만 '우즈공포'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큰 꿈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마스터스대회 마지막 라운드 15번 홀로 돌아가 보자. 파5의 이 홀에서 우즈는 간단히 투 온에 성공해 이글기회를 맞았고, 미켈슨은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려 3타만에 그린에 볼을 올려놓았다. 그런데 미켈슨은 꽤 먼 퍼트를 성공시켜 버디를 낚았고 우즈는 이글 기회를 파로 마무리했다. 우즈의 위대성은 이후에 나타났다.

보통선수 같았으면 이글이나 버디를 놓친 아쉬움 때문에 평정을 잃고 분노에 휩싸이기 십상인데 우즈는 냉정하게 이 악몽을 털고 보기위기를 파로 막으며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기록,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오히려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미켈슨이 페이스를 잃고 16번 홀에서 보기를 한 뒤 연속적으로 버디기회를 놓쳤다.

듀발도 우즈와 다른 조로 라운드하는 유리한 조건임에도 16번 홀에서 보기를 하고 17,18번 홀에서 버디기회를 모두 놓쳤다. 기량의 차이보다 마음의 평정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유지하느냐의 정신력에서 승패는 갈렸다.

우즈는 위기에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페이스를 지켰고 미켈슨과 듀발은 우즈에 주눅이 들어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타이거 우즈와 한조가 되면 맥을 못추는 현상이 생기자 수년전 언론은 「tigerize」란 용어를 만들었다.

상대방을 「주눅들게 하다」「기를 죽이다」는 뜻이다. 골프황제 잭 니클로스는 1996년 마스터스대회 직전 우즈와의 연습라운드 뒤 "앞으로 20년간은 우즈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그의 완벽한 스윙과 엄청난 비거리 앞에서는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고 실토했다.

닉 팔도는 그의 스윙을 보고 나서 "번개를 맞은 기분"이라고 표현하며 "그 영향이 라운딩 내내 따라다닌다"고 털어놨다.

우즈에 지는 것이 습관이 돼버린 수많은 프로골퍼들이 정신적으로 '우즈공포'에서 벗어나지 않고선 승리를 챙기기 힘들 것이다. 가장 무서운 적은 우즈가 아닌 '우즈공포'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플레이할 수 있는 마음의 평정을 찾기 전에는.

/편집국 부국장=방민준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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