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신문고시안을 둘러싼 정부와 신문업계의 주장이 분분한 가운데 11일 규제개혁위원회 경제1분과위는 공정위 수정안의 무가지(無價紙) 허용한도와 시행시기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본회의로 넘겼다.'뜨거운 감자'를 섣불리 삼키기도, 내뱉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고시 부활의 대세는 사실상 굳어졌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자율규제로는 한계
공정위는 기존 고시가 99년 1월 폐지된 이후 위반건수가 오히려 증가했다며 자율규제의 한계를 주장했다. '담배끊기 보다 어렵다'는 강제투입 사례는 개선됐으나 무가지(無價紙) 제공 적발사례는 98년 98건에서 지난 해 289건으로, 시계 선풍기 등 경품 제공도 196건에서 216건으로 각각 늘어났다는 것.
이에 반해 규제 내용은 처리건수의 89%가 시정권고였고, 나머지에 대한 위약금도 40만원대여서 솜방망이에 그쳤다. 그 결과 무가지만 따져 하루 평균 14억원(연간 2,400억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 추산이다. 이 밖에 광고 및 판매시장도 언론의 영향력을 악용한 각종 불공정 사례가 만연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돈으로 독자를 사서 발행부수를 부풀리고, 이를 근거로 광고단가를 높여 수입을 늘린 뒤 다시 무가지와 경품 살포로 발행부수를 늘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은 뭔가
공정위는 당초 무가지의 경우 신문협회 자율규약에 규정된 '발행부수의 20%이내'를 10%로 강화했다가, 신설 보급소에 대해 초기 3개월간은 15%까지 허용하는 수정안을 냈다.
이에 대해 규개위 분과위는 이 날 심의에서 신문업계의 충격을 감안해 허용 폭을 더욱 늘리고 시행시기도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첨부, 본회의에 제출키로 했다.
규개위는 본사- 지국간 구독부수 확장 강요 등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 규제안에 대해서는 기준과 내용이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삭제한 반면 강제투입 허용기간(3일에서 7일)은 수정안대로 통과시켰다.
■"찬반논란"
야당과 규제개혁위 일부 민간위원 등은 신문고시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으며, 민간 자율규제의 대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고시에 규정된 항목이 판매와 광고는 물론이고, 부당지원행위, 조직운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등 언론사 경영 영역 전반을 망라한 것인 데다 위법 근거도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는 자금력 등 상품 외 경쟁력의 활용여지가 위축될 것을 우려한 일부 언론사의 반감이 가세하면서 증폭됐다.
절차상 문제점도 있다. 서울대 신문학과 한 교수는 "신문고시 부활 취지는 좋으나 무리수를 둠으로써 공정위 스스로 반발과 의혹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연초 국세청 세무조사와 거의 동시에 언론사 조사에 착수한 것이나, 고시 부활방침 발표 뒤 불과 2개월 만에 고시를 제정ㆍ시행하는 것이 석연찮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조학국(趙學國) 사무처장은 "신문협회가 1966년 이후 26차례나 무분별 경쟁 자제를 결의했으나 달라진 것이 없었다"며 "신문고시는 법 위반 행위의 예방 및 규제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다른 관계자는 신문고시를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신문시장 실태조사 결과가 하반기에나 나오는 데다 의견수렴 및 공청회 등 절차를 밟다 보면 해를 넘길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는 지방자치 선거와 대통령선거 등과 맞물려 고시 제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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