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했다.네덜란드 상원은 10일 1만여명의 시위대가 항의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지난해 11월 하원이 통과시킨 안락사법을 46대28로 의결했다. 이로써 네덜란드에서는 국왕이 이 법안에 서명, 공포하는 2주 가량 후부터 합법적으로 안락사가 이루어진다.
이날 통과된 법은 안락사의 조건으로 ▦환자가 불치병을 앓고 있을 것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을 것 ▦환자가 온전한 정신으로 동의할 것 ▦생명을 끊는 수단이 의학적으로 적절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 환자는 네덜란드 국민이어야 하고, 서면을 통해 안락사를 요구할 수도 있으며, 안락사 과정에서 의사가 위법을 할 경우 조사를 통해 처벌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여년 전부터 안락사가 은밀히 행해졌고, 1993년 의회가 이를 엄격히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어 부분적으로 허용해왔기 때문에 이번 합법화에도 불구하고 안락사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해 네덜란드에서 안락사한 환자는 2,123명으로 이 중 89%가 말기암 환자였다.
그러나 이날 의사당 밖에서 항의시위를 벌인 안락사 반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정부와 의회가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러시아의 유리 세브첸코 보건부장관은 RTR-TV와의 인터뷰에서 "안락사는 범죄이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의 타데우츠 피에로네크 주교는 "안락사가 일단 허용되면 법의 통제를 벗어나 원하지 않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 등에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안락사에 반대했다.
그러나 네덜란드 안락사 자원봉사협회는 "표결을 앞두고 영국 프랑스 벨기에 호주 미국 등에서 수천 통의 지지 편지와 e메일이 답지했다"고 밝혔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