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이 '백조의 호수'로 춤의 도시 몬트리올을 매혹시켰다. 몬트리올은 레 그랑 발레 카나디앙과 몬트리올 재즈 발레단이 있는 캐나다 제 2의 도시이자, 캐나다인들이 뉴욕 다음 가는 북미 제 2의 문화도시로 자부하는 곳이다.이곳의 대표적 공연장인 플라스 데자르의 윌프레드 펠르티에 홀에서 5~7일 열린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총 4회)은 매진됐고 기립박수를 받았다. 특히 화려한 무대장치와 의상은 막이 오를 때마다 탄성을 자아냈다.
플라스 데자르는 서울의 예술의전당처럼 오페라ㆍ콘서트ㆍ발레ㆍ연극용의 5개 극장을 갖춘 복합공연장이다.
그중 2,890석으로 가장 규모가 큰 윌프레드 펠르티에 홀은 이번 공연을 초청한 레 그랑 발레 카나디앙을 비롯해 명지휘자 샤를 뒤투아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몬트리올심포니와 몬트리올오페라단의 둥지로,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가 지난달 여기서 몬트리올심포니와 협연하고 돌아간 뒤였다.
레 그랑 발레의 예술감독 그라디미르 판코프(62)는 첫날 공연을 본 뒤 "최고의 무대였다.
유니버설발레단을 초청하기를 잘 했다"며 만족을 표시했다. 단원 34명의 레 그랑 발레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현대발레에 주력하고 있으며 대형 고전발레는 외부단체 초청공연으로 대신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초청자인 레 그랑 발레로부터 비용 전액과 4만 8,500 달러의 개런티를 받았다. 이는 한국 발레의 외국공연 사상 최고의 대우다.
그동안 문화교류 차원에서 자비를 들여 나가거나 인사치레 정도의 개런티에 그쳤던 전례가 깨졌다. 한국 발레도 이제 외국의 초청을 받고 달러를 벌 만큼 성장한 것이다.
캐나다 일간지 '가제트'는 "대형 고전발레만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무대"라고 평했다. 다른 일간지 '라 프레스'는 "화려한 무대 장치와 의상, 군대처럼 통일감있는 군무의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평했다.
로비에서 만난 관객들은 한국 발레의 수준에 놀라워했다. 한국이 어디 있는지, 한국에서도 발레를 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4회 공연의 주역은 전은선-권혁구, 문훈숙-황재원, 임혜경-아르템 슈필레프스키, 파리 오페라발레에서 초청한 아녜스 레테스투-호세 마르티네스였다.
일부 주역에 대해 혹평도 있었으나 전은선은 "머리에서 발 끝까지 서정이 넘친다. 고전발레의 특징인 억제된 정열을 최고로 표현했다"(가제트)는 격찬을 받았다.
문훈숙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팔 동작은 보는 이의 가슴에 긴 여운을 남겼다. 광대역의 조주환은 완벽한 회전과 도약, 생기 넘치는 연기로 무대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열광적인 갈채에 파묻혔다.
1막 3인무의 김세연, 왕 이의 춤도 낯선 한국 발레의 기량에 반신반의하던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버릴 만큼 빼어난 것이었다.
캐나다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연이 매진된 것은 상당 부분 '백조의 호수'라는 작품 덕이었다. 몬트리올에서는 고전발레 공연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성공적인 공연으로 몬트리올은 이제 작품을 떠나 유니버설발레단을 기다릴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
문훈숙·황재원의 2인무 유니버셜발레단의 군무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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