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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남인영 "남성들이 봐도 재미있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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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남인영 "남성들이 봐도 재미있을걸요"

입력
2001.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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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화' 혹은 '페미니즘 영화' 하면 고개부터 설레설레 흔드는 사람이 많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여성영화제의 존재는 우리 사회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많은 영화들이 여전히 '남성'의 시각으로 만들어지고, 해석되고 있다는 사실의 증언이기도 하다.

올해 3회째를 맞은 서울여성영화제의 '뉴 커런츠' 부문 프로그래머 남인영씨(38ㆍ홍익대 겸임교수).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이는 여자에게나, 남자에게나 매우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뉴 커런츠' 는 최근 2,3년간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여성감독 영화 20편을 선정했다. 전체 작품의 절반이나 차지한다.

스포츠 영화가 많은 이유는 "스포츠 그 자체가 아니라 여성의 몸에 주목하는 영화가 많아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섀도우 박스'는 챔피언에 도전하는 여성 권투선수의 이야기지만 흔한 성공의 과정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내적인 힘이 표출됐을 때의 육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 속 권투는 마치 무용처럼 아름답다.

여성영화에도 국경은 있다. 남씨는 "자기 정의가 명료하고, 여성문제를 사회적으로 발언하는데 익숙한 서구와 달리 아시아 여성영화는 심각한 문제를 '관계'를 통해 드러내고 풀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아시아영화제라도 서구 영화의 잔치가 되는 일이 흔하다. 때문에 멕시코의 '흔적없는 여행', 이란의 '태양의 딸들' 을 비롯해 아프리카, 남미 영화들을 초청하려 애썼다.

세계 최대 규모인 프랑스 크레테이유 여성영화제, 독일 도르트문트 여성영화제, 미국의 여성영화 제작ㆍ배급사인 위민 메이크 무비스 등과의 유대는 좋은 작품을 골라 들여오는데 큰 도움이 됐다.

남씨는 그동안 여성문제를 무겁지 않게 보여주기 위해 대중적인 영화도 초청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에야 말로 새로운 시각과 그에 걸맞는 영화화법을 구사한 걸작을 모았고 자부한다.

'걸 파이트', 바버라 해머의 실험영화, 리브 울먼의 '위험한 관계' 가 대표적이다.

"재미있다"는 그의 말이 '호객용' 만은 아닌 듯하다.

'뉴커런츠' 프로그래머 남인영씨.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영화를 한 번 보세요." /박서강기자

◎남인영씨 추천'뉴 커런츠' 5선

●상실의 시대 /감독 레아 풀(미국)

고교 기숙사에서 룸메이트인 두 여학생이 사랑에 빠진다. 그 둘을 지키주려는 친구가 '정상'을 강요하는 사회주와 벌이는 전쟁. 곳곳에 숨은 셰익스피어의 어휘가 매력.

●흔적없는 여행 /감독 마리아 노바로 (멕시코)

미혼모인 아우렐리아는 남자친구의 돈을 훔쳐 아이들과 도주한다. 그의 차에 경찰에 쫓기는 문화재상인 아나가 합승한다. 멕시코판 '델마와 루이스'.

● 걸 파이트 /감독 캐린 쿠사마(미국)

어머니의 자살 후 집안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던 다이아나는 권투 도장에서 진정 자신이 원하던 세상을 발견한다. 링 위에서 자아를 발견한 소녀의 성장기.

● 부정한 관계 /감독 리브 울만(노르웨이)

시나리오를 집필중인 감독에게 나타난 영화 속 여주인공이 감독 주변 인물의 부정한 관계를 폭로하기 시작한다. 도덕적 명령이 사라진 시대에 삶을 성찰하는 영화.

● 가이아 걸즈 감독/킴 론지노토ㆍ제이노 윌리엄스 (미국)

일본의 유명 프로레슬링 선수단에 입단한 두 어린 훈련생에 초점을 맞췄다. 자기 안의 분노를 표출할 수 있어 레슬링을 택한 소녀가 사범으로부터 겪는 또 다른 시련.

◎여성영화제는

뉴커런츠, 프랑스특별전, 대만 현대여성감독전, 한국영화 회고전, 쟁점, 여성영상공동체, 프라티바 파마 스페셜, 아시아단편경선(경쟁)등 8개 부문에 초청된 40편을 동숭홀(15일부터)과 하이퍼텍 나다(16일부터)에서 매일 오전 11시부터 상영한다.

개막식은 15일 오후 7시 동숭홀, 폐막식은 22일 오후7시 하이퍼텍 나다. 영화제 기간중 놀이방(오전 10시30분~오후 1시30분까지)도 운영한다.(02)541_3917, www.wffis.or.kr

'뉴커런츠' 프로그래머 남인영씨.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영화를 한번 보세요"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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