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트'(The Gift)는 치정극이다. 작은 마을에서 결혼식을 앞둔 여자가 실종되고, 나중에 연못에 수장된 시체로 발견된다.순진해 보이는 초등학교 교장 웨인의 약혼자인 여자는 몰래 마을 남자들과 난잡하게 어울리고 있었다.
당연히 미스터리 형식을 띤다. 여자의 정부인 마을 건달로 걸핏하면 아내 발레리(힐러리 스웽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도니(키아누 리브스)를 의심하게 만들고, 화장실에서 몰래 정사를 나눈 지방 검사도 의심이 가게 만든다.
정신병 증세가 있는 버니(지오바니 리비시)도 있고, 발레리도 수상하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 깊게 관찰하면, 이런 영화들이 흔히 쓰는 반전을 예상하면, 범인이 누구인지 미리 알 수도 있다.
'기프트' 의 목적은 기막힌 트릭과 치밀한 반전으로 그것을 감추는데 있지 않다. 감독이 '이블 데드' 로 악령의 존재를 드러낸 샘 레이미이고, 영적 투시력을 가진 심령술사 애니(케이트 블랑쳇)가 중심 인물이다.
영화는 당연히 심리적ㆍ초자연적 힘에 대한 공포 분위기를 깔고 있다. 카드로 점을 봐주는 애니는 죽은 사람의 영혼, 살아있는 사람의 영혼과의 소통으로 그들을 치유하고, 진실을 알아내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자신에게 다가올 일을 예감한다.
타락한 영혼의 발레리, 어릴 때 기억으로 괴로워하는 가여운 영혼의 버니, 약혼자의 배신으로 황폐해진 영혼을 지닌 웨인의 존재는 죽음과 살인, 미움, 상처로 얼룩진 세상의 상징이다.
그것을 영적인 힘으로 느끼고 어루만지는 애니는 공포의 대상인 '이블 데드' 가 아니다. 그는 천사이다. 아름답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이기에 세상의 온갖 타락한 영혼들을 볼 수 있고, 때문에 더욱 괴롭고 외롭고 무서움에 떠는 애니.
'식스 센스'의 소년에 다름 아니다.
'기프트' 는 그 영혼에 대한 연민이자 찬가이다. 남편을 사고로 잃고 세 아이와 사는 슬픔과 지극한 모성애가 있고, 진실을 밝히고 세상을 구원하는 양심과 용기도 있다.
그러나 그것에 너무 집착해 영화는 주변의 것들을 소홀히 했다. 법정장면과 결말이 감상적이고, 무엇보다 초반 무모하게 강한 캐릭터로 그를 위협하는 폭력적이고 거친 남자 도니의 존재도 후반에 제 역할을 잃었다.
'매트릭스'로 제 역할을 찾은 듯한 키아누 리브스가 무엇을 보고 이런 역할을 맡았는지도 궁금하다. 14일 개봉.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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