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발표 1주년인 10일, 밀사 역할을 했던 청와대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은 "발표를 하고서도 몇 가지 걱정이 있었다"며 일화를 공개했다.박 수석은 "사전 협상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정상회담'이라고 발표하자고 요구했으나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일정을 미리 확정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당시 박 수석은 "정상회담 합의문에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사인을 넣자"고 거듭 요구했으나 송 부위원장은 "합의문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수표(사인)를 얘기할 필요가 있느냐"고 거부했다.
그래서 박 수석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정상회담 당사자가 되면 국민 정서가 용납 못한다"고 경고했고 송 부위원장은 "걱정말라, 세부 일정을 짜면서 그렇게 되면 남쪽이 회담을 거부하라"고 안심시켰다는 것.
박 수석은 "김 위원장과 상봉만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됐고 김 대통령도 은근히 걱정했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평양 도착 후 김 위원장이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에서 김 대통령에게 '내일(6월14일) 김영남 의장과 의례만남이 있다면서요.
그 이후에 제가 이 곳으로 와서 회담을 하고 저녁을 함께 하시지요'라고 말해 걱정이 사라졌다"고 회고했다. 박 수석은 또 "김 위원장이 자신의 측근들이 백화원 초대소로 가는 것을 만류했으나 '빨간 신호등을 깨면서라도 가겠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박 수석은 또 "평양 방문 하루 전 북한으로부터 '도착 성명을 낭독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왔다"면서 "이에 대해 국정원이 '김 위원장이 공항에 직접 나온다는 메시지'라는 정확한 분석을 해냈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4월10일 정오에 발표하자는 북한의 요청에 '석간과 방송을 고려해야 한다'며 오전 10시로 당긴 사실, 자신의 중국 방문을 알고 찾아온 모 기자에게 "허리가 아파 침을 맞으러 중국에 갔는데 야당이 알면 나는 잘린다"고 연막을 쳐 보안을 유지한 사실 등을 털어놓았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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