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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한미공조냐, 민족공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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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한미공조냐, 민족공조냐

입력
2001.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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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북한은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개최되는 당일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 회담에 불참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이후 새로운 대화는 고사하고 적십자회담을 비롯한 일련의 합의된 사항조차 계속 파기, 무산시킴으로써 남북관계를 냉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6ㆍ15공동선언의 실천을 강조하면서 금년을 통일의 문을 여는 해로 설정하고 남북대화에 의욕을 보였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어렵게 조성된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손상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도가 궁금해진다. 그런 점에서 조속한 해법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북한의 의도는 미국의 강경한 대북정책에 대한 반응이라든가, 북한의 내부사정 때문이라든가 하는 해석이 주류를 이루고 남한과는 비교적 무관한 사안으로 풀이되었다.

그러나 전후 상황을 보면 북한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대상은 남한이며 아울러 분명한 회답을 남한으로부터 기다리고 있다고 하겠다.

이에 대해 아직까지 정부의 명쾌한 설명은 없지만 최근 북한의 화두가 '민족공조'와 '외세배격'이라는 사실과, 회담에 대한 태도변화의 시점이 한미정상회담 직후라는 점에서 시사하는바 크다 하겠다.

한미정상회담 직전인 3월7일 오전 제5차 장관급회담 일정을 통보해온 북한이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후 회담 불참을 불쾌한 방식으로 통보해왔다는 것은 회담 결과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며 그 대상은 남한일 수 밖에 없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응이란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미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하다는 것은 한미정상회담 이전부터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불만을 남북대화에 나타낸 것으로 볼 수 만은 없다.

오히려 남한에 대해 외세공조를 배격하고 민족공조를 주장해온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남한이 자신들을 대상으로 '한미공조', '한미일공조'를 미국과 함께 선언했다는 것은 명분적으로도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었을 것이다.

북한은 남북관계개선을 통해 남한의 경제지원을 기대했으며 김대중대통령도 지난해 베를린선언에서 당국간 대화를 제의하면서 북한의 요청이 있으면 전력, 통신을 비롯한 사회간접자본(SOC)을 지원할 모든 준비가 돼있음을 공언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은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정상회담으로 화답했으며 남북정상 공동선언의 발표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이산가족문제에서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으로부터 기대한 경제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현대 금강산사업 마저 자초 위기에 처했다는 점은 대남정책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이처럼 남북한간에 전개되는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북한으로서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 돌파를 위한 새로운 전략구사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결국 북한은 남북관계를 단절의 시대로 회귀시킬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서 속도조절론을 선택했고, 합의한 일련의 약속을 연속적으로 파기하면서 남한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교착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해법을 찾는데 근본적인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관계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현 상황의 돌파가 정부의 몫이라 할 지라도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브레이크를 밟고 속도조절을 하는 북한에 대해 정상회담에 모든 것을 걸고 가속페달에만 강한 힘을 주는 국면 돌파방식은 재고돼야 할 것이다.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또 하나의 전기가 될 수 있으나 답방만이 6ㆍ15공동선언의 이행은 아니며 남북관계를 해결해주는 유일한 길도 아니다.

현재 중요한 것은 정부가 민족공조와 한미공조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일이며 그 후에야 교착된 남북관계에 대한 대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강성윤·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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