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아침 서울 청량리역. 강릉행 무궁화호 열차가 여느때와는 다른 '특별한 손님'을 싣고 경쾌한 기적소리와 함께 역사를 빠져 나갔다. 열차에 몸을 실은 장애인들의 표정은 창으로 쏟아지는 봄 햇살보다도 환해 보였다.한국관광공사와 '장애인먼저실천중앙협의회'가 지체ㆍ시각ㆍ청각 장애인 140명과 가족ㆍ자원봉사자 40명을 2박3일간의 설악산ㆍ동해안 여행에 초청한 것.
선천성 뇌기능 이상으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이 현(李 賢ㆍ8)군은 "엄마, 기차가 움직여"라며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머니 김영숙(金英叔ㆍ45)씨는 "아이와 이렇게 좋은 여행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난생 처음 기차를 타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아린 가슴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며 아들을 껴안았다.
"엄마, 우리 바다 보러 가는거야?"뇌성마비 1급 장애아인 예솔(7ㆍ여)이도 천사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머니 오미자(吳美子ㆍ35)씨는 "파란 바다를 보고싶어하던 예솔이의 소원을 이제야 풀어주게 됐다"며 기뻐했다.
여행길의 설렘은 어른들이라고 다르지 않은 법. 난생 처음 먼길에 나선 시각장애인 이연숙(李連淑ㆍ24ㆍ여)씨는 "보이지는 않지만 풀꽃내음이 느껴진다"며 "자연의 선물을 품고 돌아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고 의지를 내보였다.
이들과 동행한 장애인먼저실천중앙협의회 김성수(金聖洙ㆍ34) 간사는 "장애인들, 특히 어린 장애아들에게 여행을 통한 체험은 각별히 중요하다"며 "이런 행사를 계기로 장애인들의 접근권과 이동권을 개선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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