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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포커스 / 북한 주민들의 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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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포커스 / 북한 주민들의 술 문화

입력
2001.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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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카이, 쭉 내"단계(段階)를 뜻하는 일본어가 변질된 '단카이(원 샷)'는 '쭉 내(쭉 들이켜)'와 함께 북한 사람들의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다. 작은 소주잔을 사용하는 남쪽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큰 컵이나 사발에 소주를 가득 따른 뒤 첫 잔을 단숨에 마신다.

일반 서민들이 가장 즐기는 술은 25도에서 45도까지 도수가 다양한 소주. 막걸리는 없고, 맥주는 몹시 귀하다. 60도짜리 중국산 빠이주(白酒)와 60~80도의 러시아산 워드카(보드카의 북한식 발음)는 돈있는 사람들만의 몫이다.

북한에는 남한과 같은 술집이 없다. 구역(우리의 구(區)에 해당)마다 5개 정도 있는 '가내반 식당'을 이용한다. 가두여성(전업주부)들로 구성된 조합에서 운영하는 이 식당은 대개 20~30개 탁자를 갖춰놓고 밥과 술떡, 국수, 닭발, 돼지고기, 양고기 등을 소주와 함께 내놓는다. 가내반 식당은 의자가 없어 선술집으로 불리는데 지난해부터 평양 시내에 7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형 선술집도 생겼다.

그러나 이 곳은 음식과 술을 국정가격이 아닌 농민시장 가격으로 팔기 때문에 비싸다. 소주 1리터 짜리가 공장 정품(국정 가격)은 2원50전인데 비해 농민시장에서는 500㎖짜리가 25원이다.

30도의 경우는 30원, 고급 술로 치부되는 40도 소주는 40원이다. 노동자 평균월급이 100원임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비싼 셈이다. 장사를 해서 돈을 벌었거나 공장에서 물건을 빼돌려 '한탕' 하지 않으면 가내반 식당에 가기가 쉽지 않다.

일반 서민들은 농민시장에서 밀주 소주를 사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어울린다. 당연히 2차, 3차 개념은 없다. 술기운이 돌면 녹음기를 틀어놓고 춤을 추는 정도다. 주중엔 바쁘고 토요일도 저녁 6시까지 일하기 때문에 토요일 밤이나 일요일 점심때 술자리가 마련된다. 김치에 돼지고기 볶음이나 닭발이 안주로 곁들여진다.

농민시장에서 주류판매는 금지돼 있지만 안전원(경찰)들이 사실상 눈감아 준다. 밀주소주는 정제가 제대로 안돼 뿌연 알갱이가 그대로 남아있어 '농태기 술'이라 부른다. 먹고 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술이 귀해 화폐와 같은 역할도 한다. 통행증이 없거나, 물건을 빼돌리다 들켜도 안전원에게 고급 소주 한병을 내밀면 무사통과다. 친지나 친구의 경조사에도 술 한 병을 들고 가는 것으로 부조를 대신한다. 특권층으로 불리는 당 간부들은 공장에서 나온 정품 술을 국정가격으로 살 수 있다.그러나 거리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 적발되면 즉각 직위해제 되기 때문에 역시 집에서 주로 술잔을 기울인다.

탈북자 이영훈(40)씨는 "여성들이나 청소년의 음주행위는 거의 없다"며 "특히 술을 잘 먹는다고 소문난 여성은 시집가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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