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이란의 대선을 앞두고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개혁파와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끄는 보수파간의 권력투쟁이 본격화하고 있다.하타미 대통령은 아직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은 상태지만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어 선거를 2개월 앞두고 강경 보수세력의 견제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는 이란 혁명법원은 7일 밤 이란자유운동(IFM) 소속 주요 야당인사 40명을 전격 체포하고, 전국적으로 IFM 사무실을 폐쇄했다고 이란학생통신(ISNA)이 보도했다. 혁명법원은 "이들은 이슬람 체제 전복을 기도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1960년대에 창설된 IFM은 젊은 층과 지식인, 법조인, 의사, 언론인 등의 지지를 받고 있는 개혁파 야당으로 지난 달 법원에 의해 불법화됐다. 이번에 체포된 인사들 가운데는 1979년 이슬람혁명 직후 메흐디 바자르간 총리 정부에서 내무, 법무부장관을 지낸 하셰미 사바기안, 아마드 사드르 등 개혁파의 지도적 인물들이 포함돼있다.
하타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이슬람 정치제도와 국민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우리 나라는 자유, 진보, 권리의 보장 그 이상의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타미 대통령이 사법부의 조치에 직접적인 언급을 하는 일은 드문 일로 이번 체포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보수파의 공격은 개혁파가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해 2월 총선이후 30여 개의 친개혁파 신문을 폐간하는 등 외곽에서 시작돼 올해 들어 대선이 임박해지면서 하타미 대통령 주변의 개혁파 인물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지난 달 혁명법원은 선거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내무부의 친 하타미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하타미의 측근인 무스타파 타즈다데 내무부 부장관과 아야톨라히 아자르미 테헤란 시장에게 선거부정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하고 공직 취임 금지 및 선거관리위원회 활동금지 명령을 추가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사법부와 주요 기관을 장악한 보수파의 공격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적지않은 파란이 예상된다
이란 국립여론조사연구소가 지난 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란 국민의 83.1%가 하타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만족한다는 응답을 했으며, 그의 재출마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10.7%에 그쳤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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