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만나는 자리를 광장이라고 합시다. 광장에 대한 풍문도 구구합니다. 제가 여기 전하는 것은 풍문에 만족지 못하고 현장에 있으려고 한 우리 친구의 얘깁니다..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낍니다."'빛나는 4월'에 대한 감격적인 서문을 달고 1960년 10월에 발표되었던 최인훈(65)씨의 장편소설 '광장'. 4ㆍ19혁명의 열기가 아직도 뜨겁던 당시 스물다섯의 청년이 써내 세상을 놀라게 했던 '광장'이 발간 40주년을 맞았다.
현재로 모두 125쇄, '광장'은 젊은이라면 누구나 부딪치지 않을 수 없던 이념 문제를 우리 문학사상 최초로 형상화함으로써, 젊은이에게 통과의례적 작품이 되었다. '광장'은 젊은이들이 만나는 운명의 자리였고, 주인공 이명준은 독자의 모습이기도 했다.
문학과지성사는 13일 오전 10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4층 컨퍼런스홀에서 '광장 발간 40주년 기념 최인훈 문학 심포지엄'을 연다.
세대를 넘어 한국 현대문학의 살아있는 고전이 된 작품과 작가의 문학세계를 깊이 탐색해보려는 자리이다.
심포지엄에서는 정호웅 홍익대교수가 '광장을 다시 읽는다'는 발제를 통해 1950년대 한국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떠나 '근본적 단독자 의식'을 지닌 고민하는 개인으로서의 이명준의 모습을 분석한다.
정과리 연세대교수는 '최인훈 소설의 전개과정' 발제에서 '광장' 이후 '회색인'을 거쳐 '화두'에 이르는 최씨의 작품세계를 조망한다.
또 최인훈씨의 희곡작품에 대한 가치평가와 문학적 실험성, 문학론에 대한 분석 등이 최준호 김인호 김태환씨 등에 의해 시도된다.
작가의 '광장'에 대한 애착은 유난하다. 쉼표와 어휘 하나에 이르는 작가의 열정은 무려 여섯번에 걸쳐 '광장'의 개작을 하게 했다.
현재의 '최인훈 전집' 판에 실린 역대 개정판의 머리말 중에는 최씨의 이런 글이 있다. "이명준은 그가 살았던 고장의 모습이 40년 후에 이러리라고 생각하였을까."(1989년판 머리말).
이 말처럼 이명준이 남과 북을 모두 버리고 중립국으로 가는 타고르호에서 바다 속으로 뛰어든 시점으로부터 40년이 흘렀지만 '그가 살았던 고장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 하는 이데올로기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고민했던 한국 사람으로서 삶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여기에 '광장'의 고전적 의미가 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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