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자동차 통상압력을 피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에 미국 크라이슬러 자동차 수입을 요청한 것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제34차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총회 참석차 일본 도쿄(東京)를 방문한 진 념(陳 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9일 기자들과 만나 "현대차가 외제차를 수입해 택시회사에 임대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진 부총리는 PBEC 총회에 참석한 현대차 이계안 사장을 만나 이런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이와 관련, "제휴업체인 다임러 크라이슬러로부터 7~9인승 밴을 수입해 현대차의 스타렉스와 함께 택시회사 또는 개인택시사업자 등에게 임대해 서울~인천국제공항을 운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 및 서울시와 협의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관광용 고급택시로 외제차를 활용할 경우 수입차 시장이 확대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도 통상압력이 심했던 1995년 도요타자동차가 GM차를 수입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 관계자도 "지난해 50만대 가까운 차를 미국에 수출한 현대로서는 외제차 수입이 미국시장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동차업계는 국산자동차 산업을 뿌리 채 흔드는 발상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수입차 구매를 시장에 맡기지 않고 인위적으로 국내 자동차메이커에게 권유하는 것은 국산차 산업을 고사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도 이날 발표문을 내고 "진 부총리가 현대차에 외제차 수입을 요청한 것은 현재 한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의 진정한 이슈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의 이슈는 수입이나 유통의 문제가 아니라 수입차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으로 인한 시장진입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웨인 첨 리 사장은 "한국내 판매법인이 존재하는 만큼 크라이슬러 모델을 한국 완성차 업체가 수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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