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대기중(?).'개인연금 이전을 허용(3월2일)한 지 1개월 남짓 지났지만 실제 이전 실적은 극히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인연금의 막대한 규모(지난해말 현재 18조6,000억원) 때문에 일단 이동이 시작되면 엄청난 폭발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여전히 금융기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전 규모 극히 미미 9일 금융계에 따르면 9개 시중은행에 1개월여간 이전돼온 개인연금은 모두 121계좌로 액수로는 28억9,700만원에 불과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45좌(9억7,600만원)를 이전받아 가장 우수한 성적을 올린 데 이어 한미 22좌(7억9,300만원), 하나 20좌(4억5,400만원), 국민 18좌(3억1,0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전을 꺼리는 이유
이처럼 개인연금의 이전이 미미한 가장 큰 원인은 기존 장부가 평가방식 상품을 시가평가 방식으로 밖에 이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개인연금은 1994년부터 판매됐다 지난해 6월 판매 중지된 장부가 평가 방식의 개인연금신탁, 지난해 7월1일부터 연말까지 판매된 신개인연금신탁, 올 2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연금신탁(시가 평가) 등 3가지로 나눠진다.
이 3가지 개인연금이 모두 이전 대상이기는 하지만 개인연금신탁과 신개인연금신탁은 신개인연금신탁으로, 연금신탁은 연금신탁으로만 이전이 가능하다.
현재 18조여원에 달하는 개인연금 중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장부가 평가 방식의 개인연금신탁을 이전하려면 시가 평가 방식으로 전환해야 된다는 얘기다.
한미은행 신탁증권팀 임병철 대리는 "기존 장부가 평가 방식의 개인연금신탁은 매월 일정 금액의 연금을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며 "시가 평가 방식으로 전환되면 실적에 따라 배당이 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연금 수입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이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3만원까지 이전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장벽'을 설치해놓은 것도 개인연금 이전 허용의 취지를 퇴색케 하는 요인이다.
■하반기부터는 본격화할 수도
하지만 금융기관간 수익률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면 본격적인 대이동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신개인연금신탁의 경우 9일 현재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신한은행(연 18.60%)과 가장 낮은 국민은행(연 7.82%)의 차이가 2배 이상 나고 있다. 아직 수탁액이 적어 비교 자체가 무리이기는 하지만 2월부터 판매한 연금신탁도 은행별 수익률 격차가 현격한 상황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 보험, 투신 상품이 제각각 장단점을 지니고 있는데다 수익률 편차도 크게 날 수 있어 금융권별, 금융기관별 이동이 하반기부터는 본격화할 수 있다"며 "일부 은행이 현재 이전 고객에게 무료로 보험을 가입해주는 등 금융기관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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