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망각의 세월.' 춘계연맹전을 치르고 있는 하키인들의 푸념이다. 여고부, 남자대학ㆍ일반부 결승이 펼쳐진 9일 성남하키경기장. 학부모, 대회관계자, 지역노인들을 제외하면 일반관중은 손에 꼽힐 정도.시드니올림픽 이후 다시 망각의 종목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하키인들은 "잊혀지는 것까지는 좋지만 사정이 더 악화되니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재정이 나빠진 일부 학교에서는 팀의 해체를 고려하고 있고 연습구장 신설을 약속한 성남시는 일화사태로 하키에 신경조차 쓰지 못하고 있다.
춘계연맹전이 열리고 있는 성남구장은 스탠드 중간중간에 기둥이 있어 상당수 좌석에서는 경기장면을 제대로 관전하기 어렵다. 또 스탠드와 경기장이 너무 가까워 코너에서 이뤄지는 플레이는 보이지도 않는다. 하키경기장으로서는 낙제점이다.
하지만 여기서 6월 한국통신배 국제여자하키대회가 열린다. 원래 경기장이 한 면에 불과, 불가능했지만 친선경기에다 5개국만 초청한다는 조건으로 간신히 국제연맹의 승인을 얻었다. 하키의 현실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사례는 또 있다.
시드니올림픽서 은메달을 딴 남자하키팀이 10여개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올해 3개국만 방문한다. 한번에 수천만원이 드는 항공료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한 지방대학 관계자는 "'관심도 못끄는 대회에 뭐하러 출전해 돈을 축내느냐, 해체하라'는 학교의 비난이 비등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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