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말 안 쓰기 할 거예요." "무슨 일본말 쓰는데." "오뎅요."9일 오전11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일본교과서 역사왜곡 관련 특별수업'이 열린 서울 성북구 삼선초등학교 5학년 1반 교실에는 심각한 결의도, 분노에 찬 함성도 없었다. 40분 내내 그저 밝은 웃음이 가득했다.
"만약 그대로 가르쳐 주면요, 일본 아이들이 조상들의 나쁜 행동을 따라할까봐 일본 어른들이 걱정돼서 역사왜곡을 한 거예요."(박혜미) "사실대로 말해주면 어린이들이 이런 나라는 싫다면서 모두 다른 나라로 가서 살기 때문에, 그러면 일본이 망하니까 그런 거예요."(김현곤)
"왜 일본이 역사를 숨기고 다르게 가르칠까요"라는 고흔석(高炘錫ㆍ32) 교사의 질문에 아이들은 일본 어린이들을 걱정했다.
3ㆍ1운동, 제암리 학살사건, 창씨개명, 우리말 금지, 강제징용ㆍ징병 등 선생님이 일러주는 일제탄압 사례에 "나도 알아요"라며 한마디씩 거들던 아이들은 이내 때묻지 않은 따뜻한 마음을 드러냈다.
"훌륭하지 않다고 하니까 왜곡하는 거예요. 칭찬 많이 해주면 왜곡하지 않을 거예요."(정문선) "너무 미워하지 않고 너그럽게 대하면 뉘우칠 거예요."(은지연) "다른 나라도 일본이 잘못하는 줄 아니까 세계 '정상'과 한국ㆍ일본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서대문형무소도 같이 보는 거예요."(황희영)
"그럼 우리 어린이들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선생님이 던진 질문에 39개의 작은 손은 경쟁하듯 올라갔다. "일본 아이들보다 공부 열심히 할 거예요." "전 세계 어린이에게 편지를 쓰겠어요." "일본 공책, 연필 안 쓰겠어요." "우리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할래요."
이날 수업은 새로운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쓰려는 일본 어른들을 부끄럽게 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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