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가벼운 사랑에 쉽게 빠지는 시대이긴 하지만, 지순한 사랑에 대한 외경심과 미련을 버린 것은 결코 아니다.사랑의 방식이 혼탁해져 가는 시대에 이슬 같은 이미지로 승부하는 탤런트가 있다. 아침마다 시청자의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SBS 드라마 '이별없는 아침' 의 유서진(23)이다.
긴 생머리와 맑은 눈, 가녀린 몸매는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애절함을 드러내기에 적격이다. 외모뿐만 아니다.
조용한 말투, 슬픈 동화에도 금세 눈물 방울이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 역시, 슬픈 사랑의 지혜 역에 잘 어울린다.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기획서에 나타난 배역의 성격만 봐도 저에게 맞는 역인지를 알 수 있어요. 부잣집 딸로 교사를 하면서 첫 사랑인 정우(안정훈)를 7년 동안 지켜주지만, 가난 때문에 이별을 강요하는 그에게 한없이 절망하면서도 순수한 사랑을 일궈가는 지혜는 정말 마음에 들어요."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드라마 내용이 떠오르는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이번 드라마 출연이 갖는 남다른 감회도 작용한 듯 하다.
그는 신인 아닌 신인이다. 그는 김정은 강성연 등 스타 대열에 합류한 연기자들과 MBC 탤런트 동기다.
96년 고등학교 3학년 때 탤런트의 길에 들어선 그는 5년 동안 동기 탤런트들이 주연으로 나설 때 행인, 미친 여자, 조선족 여인 등 단역만 연기해야 했다.
광고 한두 편으로 벼락 스타가 되는 신세대 연기자도 지켜봐야 했다. 이번 배역도 원래 그의 것이 아니었다. 신세대 스타가 캐스팅을 거절하는 바람에 온 행운이었다.
"속상하고 힘들었지요. 부모님에게 중요한 배역을 당당하게 연기하는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심정은 아무도 모를 겁니다.
하지만 연기하는 것이 저의 삶이라고 생각하고 힘든 시절을 참아냈어요. 그래서 지혜라는 배역에 최선을 다하는지 모르겠어요." 한편의 드라마, 광고 출연으로 스타가 됐다가 이내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지는 신세대 연기자들과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남자의 헤어지자는 말에 그가 눈물을 흘릴 때 시청자도 가슴 아파하는 것은 그가 5년의 무명 생활을 그냥 보낸 것이 아님을 입증해 준다.
"미국 유명 배우들 중 단 한편 출연으로 스타가 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어요. 브로드웨이 등에서 다년간 단역배우를 생활을 하면서 연기력을 다지다가 기회가 와 최선을 다한 결과지요. 저도 기본이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지혜를 통해 드러낸 순수함의 이면에는 작지 않은 아픔이 배어 있었다. 이 드라마를 눈여겨 보는 시청자들은 유서진이 '이별없는 아침' 으로 제 2의 연기 인생을 열어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유서진은 순수한 이미지로 시청자에 다가가고 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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