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사진관으로, 연인들은 공원으로., 환갑 때는 돼지를 잡고'생일 추억을 묻는 질문에 탈북자 여금주(27ㆍ여)씨는 고등중학교 4학년인 1990년 학교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던 기억을, 이애란(37ㆍ여)씨는 연인과 선물을 주고받았던 일을, 한태철(50)씨는 친구들과 저녁 때 술 한잔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첫 돌은 풍족하다. 돌상이 차려지고 가족 친지들이 모인다. 과일, 떡, 고기 등을 올린 돌상에 돈, 공책, 주판 등을 놓고 아기가 무엇을 고르는지 하는 풍습은 남쪽과 다르지 않다. 기념 사진도 찍는다. 친지와 이웃들은 축의금을 보탠다.
이후의 생일은 사정에 따라 다르다. 장남이나 외아들인 경우, 특히 '꺾어지는 해'인 5, 10, 15살의 생일상은 넉넉하다. 여금주씨는 "남동생이 장남이기 때문에 생일 때면 송편, 절편, 찹쌀떡을 했으며 동생은 친구들과 함께 사진관에 갔다"고 말했다. 떡을 하는 지 여부가 생일상 규모를 가르는 기준이다. 장남이 아니거나 딸일 경우 아침상에 올라온 쌀밥과 고기국, 계란찜 등에 만족해야 한다.
청년이 돼 데이트를 할 정도가 되면 행사는 집 밖에서 진행된다. 청년공원과 강가에서 데이트를 하면서 연인들끼리 선물을 주고 받는다. 남자는 여성에게 머리수건, 화장품을, 여성은 남성에게 만년필, 라이터 등을 선물한다.
군복무 중인 장병들의 생일은 사관장(선임하사) 분대장이 챙겨준다. 군관출신 탈북자 최충현(40)씨는 "군관들의 경우 가정이 있어 저녁에 친한 군관들을 불러 같이 술을 한잔하고, 하전사(사병)들의 경우 사관장이 생일을 맞는 장병에게 배려의 표시로 감자음식을 더 많이 준다"고 말했다.
환갑 생일은 부페나 식당이 아닌 집에서 치르는데 그 풍속이 남쪽과 다를 바 없다. 돼지를 잡고, 국수도 누르고 해서 음식을 장만해 친척들을 모아 하루를 즐긴다. 70회생일인 칠갑, 80회 생일인 팔갑도 환갑 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넉넉하게 치러진다.
한편 유공자들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생일상'을 받는다. 사회주의 '대(大)가정론'에 입각해 어버이가 자식에게 주는 선물인 이 생일상은 지난해 북송된 비전향장기수들에게 내려지기도 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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