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정찰기 충돌 사건을 놓고 유화 국면을 보이다 중국 군부의 강경입장으로 다시 대치 국면에 빠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군부가 어떤 이유로 강경책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무엇을 얻어 내려고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의 책임 회피를 용납치 않을 것"이라는 츠하오톈(遲浩田) 중국 국방부장의 강경 발언은 미국의 '유감'표시 직후 진전을 보이던 협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문가들은 遲부장의 발언이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등 지도부와의 교감에서 이뤄졌는지, 아니면 지도부 내부의 이견때문인지는 '죽(竹)의 장막'에 가려져 있어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 군부가 이번 사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 동북아 정책연구센터의 베이츠 길 소장은 "이번 사건의 모든 문제를 담당하는 주무 기관은, 적어도 초기 단계에선 중국의 군부였다"고 지적하면서 "중국 군부는 과거에 잃어 버렸던 정치력을 다소 나마 복원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월 스트리트 저널은 9일 각종 경제 및 행정 단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과거 중국군의 활동 범위가 부정부패 등으로 대폭 축소돼 왔지만 최근 들어 안보 및 외교 분야에서 다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회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군은 1998년부터 장완년(張萬年)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지휘하에 군부의 현대화 및 정예화 작업을 해왔으며 부정부패 등도 숙군을 통해 청산작업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張 부주석 등 순수한 군 출신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군부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 군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내적으로 더 많은 국방예산을 얻어내고, 외적으로는 미국의 대만무기판매 억제와 남중국해에 대한 미 해군의 정찰활동 제한 등의 성과를 얻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국의 국방예산은 지난해 보다 17.7%가 증가, 170억 달러에 달하지만 군부는 더 많은 예산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군부는 지난 10여년동안 매년 10% 이상씩 국방예산을 증가시켜왔지만 여전히 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미군에 비해 군사력이 열세에 놓여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대만에 대한 이지스함 판매는 중국 군부에 주요한 위협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중국 군부는 그러나 이 같은 목표를 전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고 있는 듯하다. 오히려 중국 지도부에 군부의 의견을 강력히 내세움으로써 국방예산 증액 등 적절한 대가를 얻어내면서 정치력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에 대해서는 중국군이 만만치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등 일석이조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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