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정거장' 하면 빙빙 도는 도넛 모양이 떠오른다. 공상과학 작품에서 늘 등장하는 모습이다. 사실상 도넛 모양은 그럴 듯하다.우주에선 지붕과 바닥이 있을 필요도 없고 빙빙 도는 원심력을 이용해 지구 중력과 비슷한 상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 러시아 등 국제 사회가 폐기처분된 미르호를 이어 350㎞ 상공에 건설 중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어떨까? 도넛과는 거리가 멀다.
우주정거장 부분부분을 우주선으로 쏘아올려 우주에서 조립하는 공정상 도넛 구조물을 짓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주의 집'을 짓는 일은 지구에서의 건축과 어떻게 다를까? 미 항공우주국의 생명유지장치 연구자들이 한 치의 오차 없는 주거시설을 만들기 위해 연구중이다.
■소변까지 걸러 마시는 재활용 시스템
우주정거장은 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배와 비슷하다. 즉 물, 공기를 철저히 재활용하는 생태학적 '꿈의 집'을 만들어야 한다.
우주정거장 순환 시스템은 승무원과 실험동물의 소변까지 모두 걸러 식수로 활용할 정도다. 손 씻은 물이나 양치한 물은 물론 승무원들이 숨으로 내쉬거나 땀으로 발산하는 습기까지 응축해 다시 쓴다. 역겨워 보이지만 정화 시스템에서 걸러진 물은 웬만한 음료수보다 더 깨끗하다.
중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수도꼭지나 샤워꼭지를 그냥 튼다고 물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배관 안에 물을 밀어주는 펌프가 필요하다. 물 소비를 줄이기 위해 스프레이를 설치하고 여기서 나오는 물로 천을 적셔 닦는다. 이런 식으로 하면 음료수 큰 병 2~3개(약 4리터)로 목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산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물이 소모된다. 물이 모자라면 어떻게 될까? 우주왕복선의 연료전지에서 얻는 방법이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거대한 물탱크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산소 공급과 공기 정화
물 못지 않게 절실한 것은 산소. 몇 분만 공급되지 않아도 생명을 위협한다. 지금은 압축 산소탱크가 달려있어 산소를 공급하지만 2005년 생명유지 모듈이 발사되면 물을 전기분해해 산소를 얻을 수 있다. 물분자 하나는 산소 하나와 수소 두 개로 구성돼 있다.
지구에서 이 일은 식물이 한다. 식물은 물과 햇빛, 이산화탄소로 당분을 만들고 산소를 배출한다. 우주에선 전기분해가 필요하지만.
우주정거장에서 물을 분해해 남은 수소와, 호흡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다시 물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이 밖의 가스, 승무원들이 배출하는 메탄, 암모니아, 아세톤 등과 실험실에서 배출될 수 있는 가스들은 우주 공간으로 버려진다.
■가볍고 단단한 구조물
일단 우주의 건축 재료는 최대한 가벼워야 한다. 우주선은 가장 비싼 운송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이는 것이 강철 아닌 경량 알루미늄. 동시에 단단해야 한다.
초속7.5㎞의 속도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정거장은 먼지만한 혜성조각만 부딪쳐도 심각한 파열로 이어질 수 있다.
우주개척의 유산인 인공 쓰레기는 더욱 위험천만이다. 때문에 연구팀은 정거장 외피에 '방탄조끼'를 씌운다. 10㎝ 두께의 세라믹 섬유로 창문만 빼고 알루미늄 외피를 둘러싼다. 유리창 역시 지상에서라면 2㎜짜리 2겹이면 충분하지만 우주에선 1~2㎝짜리 4장을 붙여 놓는다.
우주상공에 중력이 작다는 것은 기압 역시 낮다는 뜻. 그러나 우주정거장 안은 승무원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산소, 질소 등 기체로 가득찬 대기압 상태다
. 이러한 기압차는 우주정거장 구조물을 밖으로 밀쳐내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구조물 각 부분을 연결하는 볼트 하나하나는 무려 8.6톤의 힘을 견디도록 고안됐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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