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계에 씨티은행 출신 인사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최근 은행들이 외국 금융인 또는 외국은행 근무 경력의 한국인을 잇따라 영입하는 가운데 씨티은행 출신이 7할 이상의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강정원(姜正元ㆍ51) 서울은행장에 이어 최근 한미은행장에 내정된 하영구(河永求ㆍ48) 씨티은행 서울지점 소비자금융 대표가 공식 취임하게 되면 국내은행에서 씨티은행 출신 은행장 2명이 된다.
여기에다 부행장, 상무 등 임원들을 포함하면 시중은행에서 활약하는 씨티은행 출신 금융계 인사는 10여명에 이른다.
심지어 '금융계의 포도대장'으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의 이성남(李成南ㆍ54) 검사총괄실장(1급)도 이 은행 출신이어서 씨티은행 출신 인물들이 국내 금융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이 됐다.
1967년 한국에 진출한 이래 '우량기업과만 거래하는 약삭빠른 미국 은행'이라는 악평에 시달리던 씨티은행이 일약 '한국의 금융사관학교'로 변신한 것이다.
■'씨티맨' 모시기 경쟁
정부는 최근 한빛은행장이 선정된 후 "하영구 대표를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정했으나 연봉이 맞지 않아 실패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칼라일그룹도 하 대표를 한미은행장으로 '모시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성공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씨티맨'으로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강정원 서울은행장. 지난해 4월 강정원체제 출범과 함께 영입된 장형덕(張亨德ㆍ51) 기획관리ㆍ개인금융담당 부행장과 김명옥(金明玉ㆍ46) 영업지원담당 상무도 씨티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오용국(吳龍國ㆍ52) 씨티은행 이사를 신용관리담당 상무로 영입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회사의 민유성(閔裕聖ㆍ48)부회장, 하나은행 송갑조(宋甲祚ㆍ55) 부행장, 교보생명 구안숙(丘安淑?5) 상무, 제일은행 랜비어 드완(49) 상무도 씨티은행에서 배출됐다.
증권인으로 변신, 증권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도기권(都杞權ㆍ45) 굿모닝증권 사장도 씨티맨이다.
■토종 금융인 역차별 논란도
씨티은행을 주축으로 한 씨티그룹은 미국 최대 금융그룹으로 100여개국에 3,400여개 지점을 두고 있다.
씨티은행 출신들은 대부분 해외지점과 서울지점을 오가며 선진형 금융기법을 체득, '직수입형 금융인들'과 달리 선진금융 노하우를 갖고 있으면서도 한국적 금융 환경에 잘 적응한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한편 씨티은행 등 외국계 출신 인사가 각 은행에 대거 포진하면서 기존 임직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게 표출되고 있다.
S은행의 K모지점장은 "기존 금융계 임원 중 선진 경영기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외부적 요인에 의해 소신을 펴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며 "외국계은행에서 수혈하기보다는 기존 인력의 자질을 높이고 사기를 진작시키려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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