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끝으로 표현해 낸 빙허 현진건의 눈매와 입술, 반 고흐를 연상케하는 최서해의 각진 얼굴, 회색조로 다듬어진 '한국신사' 계용묵..한국 근ㆍ현대 문학사의 대표적 문인 104명의 초상화가 한자리에서 전시된다.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이 14일부터 5월 28일까지 개관기념으로 여는 '문인 초상화 104인' 전이다.
영인문학관은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부인 강인숙 건국대 명예교수가 수십년 준비 끝에 연 문학관이다. 자신들의 이름에서 영(寧), 인(仁) 한글자씩 따 문학관의 이름을 만들었다.
관장을 맡은 강 교수는 "작고 문인들의 자필 원고와 유품들을 상설 전시할 계획" 이라면서 "초상화는 남편이 창간했던 '문학사상' 지의 표지를 장식했던 그림들" 이라고 밝혔다.
문학박물관의 공간은 이어령 교수의 인세와 원고료로 충당했고, 운영기금은 강 교수의 퇴직금과 3년간의 급료를 합쳐 마련했다.
이어령 교수는 "72년 문학사상을 창간하면서 문인과 가깝게 지내온 저명한 화가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을 선정하여 초상화를 그리도록 청탁했다" 면서 " 작가의 내면세계와 특성을 회화로 표상화해서 그림 자체가 작가론이자 시인론이라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전시되는 초상화에는 허난설헌 신사임당 이병기 유치환 이상 나도향 이상화 김영랑 심훈 김소월 노천명 김동환 등 국내 문인을 비롯해서 나바르, 마르케스, 레비스트로스 등 해외 문인들도 포함됐다.
표지그림에 참여했던 화가는 이만익 김구림 서세옥 이종상 윤명로 변종하 구본웅 오수환 김종연 장욱진 김서봉씨 등. 극사실화로 사진보다 더 정밀하게 사실적으로 접근한 초상화도 있고, 눈코입조차 그려 넣지 않은 추상화도 있다. (02)379-3182
송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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